친박, 김무성의 '상향식 공천' 뒤집기 본격 시동?

이한구 "모든 광역에서 1~3곳 우선 추천…높은 수준의 자격 심사"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6일 "원칙적으로 모든 광역 시·도에서 최소 1~3개까지 우선 추천 지역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17~51개의 선거구에서 '유사 전략 공천' 제도인 우선 추천 제도가 시행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 이 위원장이 앞서 밝힌 '저성과자(공천 부적격자) 심사'를 통한 단수 추천 등이 어울려 이루어지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새누리당 후보자가 바로 결정되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공관위 논의가 이처럼 광범위한 전략 공천 지역 확보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사실상의 '김무성식 상향식 공천' 시도는 물거품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우선 추천과 단수 추천 제도가 '현역 물갈이론'을 등에 업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계)'계의 손쉬운 공천 통로로 활용될 것인지를 두고도 당내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친박 '판 뒤집기' 시도?…광범위한 우선 추천 활용 시사

이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우선 추천 제도와 단수 추천 제도의 광범위한 시행을 골자로 하는 5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의 핵심이 되는 '우선 추천' 제도와 '단수 추천 제도'는 김무성 대표가 사활을 걸어온 상향식 공천과는 정반대의 '하향식' 공천제도다.

우선 추천 제도는 새누리당 당헌(103조)·당규에 따라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 △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에서 시행될 수 있다.

이 때 이 지역 선정의 '판단' 주체는 이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공천관리위원회다. 새누리당 당헌 3장 49조는 공관위가 우선 추천 지역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담아 중앙당에 설치될 국민공천배심원단이 우선 추천 지역 후보자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수는 있다. 또 배심원단의 3분의 2가 후보자를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최고위원회의에 공관위에 재의 요구를 하도록 권고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재의 요구를 최고위로부터 받은 공관위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전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당헌 48조 4항에 따라 최고위는 이 결정에 따라야 한다.

총선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공관위가 당내 어떤 기구보다 막강한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우선 추천 지역을 활용하려는 이유는 '여성·장애인·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거듭해서 강조했다.

우선 추천의 시행 이유 방점을 '본선 경쟁력 강화' 보다는 '소수자 배려'에 찍고 있는 모습이다. 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선 추천 제도의 시행은 논리적으로 새누리당 약세 지역, 즉 이른바 '험지'에서 집중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점이 '소수자 배려'에 찍힐 경우 대구·경북(TK)과 같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의 전략 공천의 정당성이 비교적 더 잘 확보된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이날 '우선 추천 제도가 새누리당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도 시행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분들(정치적 소수자)은 최종 당선까지 (당에서)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나"라면서 "그래야 여성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다. 선진국은 장애인, 청년이 핸디캡 없이 진출하는데 우리는 문화가 그렇지 않아서 특별한 배려를 통해 빨리 실현하겠다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여성이나 청년, 정치 신인 등에게는 이미 당내 경선에서 가산점을 주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가산점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우선 추천 지역을 선정한 후에는 해당 지역의 후보자를 "추가 공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현재 예비 후보로 등록해 당내 경선을 준비 중인 후보자들은 재배치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우선 추천) 지역을 결정하려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한구 "적격 심사 후 우선 추천 지역 선정도 가능"

이 위원장은 이날 우선 추천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부적격자(후보자)가 생기면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할 것"이라면서 우선 추천 제도와 연계 된 단수 추천 제도의 활용 계획도 밝혔다.

그는 또 부적격 심사를 위한 "어떤 수치나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상당한 자료를 확보해 질적인 평가를 하겠다"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은 약속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 당헌은 단수 추천 지역과 후보자 추천 권한 역시 공관위에 부여하고 있다.

공관위는 당규(3장 8조 자격심사)에 따라 후보자 공모가 완료되는 대로 서류 심사와 실태 조사, 여론 조사 등을 활용해 자격 심사를 진행하게 되며, 이 위원장은 이 과정을 거쳐 적격 후보자가 1인 이하로 남는 지역은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공관위는 또 현행 당규에 따라 공모자들 중 한 '후보자의 경쟁력이 매우 월등한 지역' 등에서도 해당 후보자를 경선 없이 선정할 수 있는 권한 또한 행사할 수 있다.

공천 '혈투' 예고…김무성 vs. 이한구 신경전 가열될 듯

이날 이 위원장의 발표로 향후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계파 간·후보 간 혈투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우선 추천 지역이 선정 돼 발표가 되면, 해당 지역에서 선거 운동을 해 왔었던 후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한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우선 추천 지역이 이 위원장이 밝힌 대로 수십 곳에 달할 경우 그 반발의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부적격자로 선정 돼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락하는 후보자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공정한 심사'를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부적격자 규모가 늘어날 수록 '기준이 뭐냐'는 성토가 흘러나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이 '작심 시행'을 준비 중인 우선 추천 제도 등은 김무성 대표가 사활을 걸어 온 상향식 공천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 내 갈등이나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관련 기사 : 김무성 격노 "이한구 발표, 당헌·당규 벗어나")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지역구마다 후보자들 간에 합의가 되면 여론조사 시 당원 대 일반국민 비율을 3대 7로 하는 기존 원칙을 그대로 가져가겠지만, 합의가 안 될 경우엔 신인 입장을 고려해 공관위가 개별 지역구 사정을 감안해 일반 국민 경선 100%를 할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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