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가 신냉전 초래? 경제·안보 엉망 된다

[정욱식 칼럼] 한국, 중국과 러시아 군사 위협에 노출될 수 있어

한국 내 '사드 배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미 양국은 이번 달부터 공식 협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배치'를 목표로 한다는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사드 배치 찬성이 7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보다 10~20% 정도 높아진 수치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고무되는 분위기가, 야권은 당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처럼 사드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가려는 '작용'이 강해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사드 배치에 '핵 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견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러시아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 내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구광역시, 경기도 평택, 전라북도 군산, 강원도 원주 등이 바로 그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에선 사드용 레이더가 내뿜는 강력한 전파자가 인체에 미칠 유해와 재산권 침해 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자 사드 배치를 강력히 주장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우리 지역에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언론에선 지역 주민의 반대를 '님비 현상'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드 논란은 '삼중 분단'을 품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출하고 있다. 남남갈등-남북한 갈등-동북아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 사이의 '동북아 신냉전'을 앞다퉈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사드가 잉태하고 있는 대란은 냉전 그 이상이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 류제승 국방정책실장과 토마스 S. 벤달 미8군 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이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한 것과 관련, 대응책으로 사드 배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냉전? 경제를 보자!

먼저 한국 경제에 미칠 재앙적 영향이다. 1980년대까지, 즉 세계적 냉전이 종식되고 전까지 한국 경제는 지정학적 혜택을 일부 받았다. 강력한 반공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원조 및 차관, 그리고 수출 시장 제공, 부채 조정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을 도왔다. 일본도 미국의 요구에 비교적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시혜성 정책은 자취를 감췄다. 1997년 외환 위기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의 경제는 수출 및 관광 산업 등에서 경쟁 관계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하락과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은 일본 수출 및 관광 전략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금융 시장은 냉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고, 또한 민감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주가 폭락 사태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사드 배치가 공식화되면 '중국이 경제적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소문과 두려움이 더욱 커지게 된다. 중국이 실제 행동에 나설 경우 그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가 될 것이다. 더구나 사드는 일단 배치되면 철회하기가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한중 경제관계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냉전 시대와 비교할 때, 가장 극적인 변화는 한국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이다. 한중 무역규모는 92년 수교 이후 40배가 늘어났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 및 일본과 합친 것보다 더 큰 우리의 무역 상대국이 되었다. 한러 무역규모 역시 90년 수교 이후 수출은 90배, 수입은 210배가 증가해 한국의 11번째 무역 상대국이 되었다. 사드 배치 강행은 이들 나라와의 경제 관계에 극도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말 것이다.

냉전보다 더 불안해질 안보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문제는 안보이다. 냉전을 다른 말로 '긴 평화'나 '불안한 평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이 '공포의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간의 억제력이 작동해 3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는 논리이다. 그 핵심에는 미사일방어체제(MD)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1972년 체결돼 2002년 역사의 무대로 사라진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가리켜 "국제 평화와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었다고 30년간 칭송한 까닭이다.

그런데 ABM 조약이 사라진 지 14년이 지났다. 미국은 3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해 핵무기 현대화에 나서는 한편, MD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구비해 패권을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핵무기 현대화에 나서고 있고, '최소 억제 전략'을 유지해온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사드 배치는 바로 여기에 불을 댕기게 된다. 전략적 균형이 미국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도 군비증강의 가속 페달을 밟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은 이러한 강대국 갈등의 한복판에 내던져지게 된다. 사드 및 그 레이더는 전략 무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유사시 이들 시스템을 최우선적인 타격 대상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도 감당하기 힘든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도 노출될 수 있다. 이게 기우가 아니라는 것은 유럽의 현실이 잘 보여준다. 폴란드, 루마니아, 덴마크 등에 미국 MD 및 레이더가 배치되려고 하자, 러시아는 "핵미사일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안보 위기의 항구화 초래

결론적으로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경제와 안보 모두 '대란'을 피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것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항구적인 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사드는 일단 배치되면 철수하기 어려워진다. 사드를 철수시키려면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할 텐데, 사드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한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 사드를 반대하는 국가들이 공격력 강화로 맞서게 되고, 그러면 사드 포대를 늘리거나 이것보다 강력한 MD를 배치하려고 할 것이다. 한마디로 '늪'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는 이러한 총체적인 국익 손실을 상쇄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각종 여론조사는 국민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찬성합니까?' 이러한 질문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효과적인 대응 체계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래서 70% 안팎에 달하는 찬성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할 효과적인 무기체계일까? 다음 글에서 상세히 짚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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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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