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법적 근거 없다"…정부 인정

'개성공단 현금이 무기 개발 이용에 전용' 주장도 근거 제시 못해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어제인 10일 청와대와 통일부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헌법을 적용한 대통령 긴급 재정 경제 명령의 행사인지, 아니면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한 통일부 장관의 협력사업 정지 조치인지를 묻는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전자(긴급 재정 경제 명령)는 헌법 76조에서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만 가능하도록 했으므로 이번 사태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한 통일부 장관의 협력사업 정지 조치를 진행하려면 해당법 17조 4항에서 국가안보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어야 하고 6개월 내의 정지 기간을 정해야 하며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정부는 이 법적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가동 중단 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의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도발의 악순환을 끊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법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는지는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송 위원장은 "기업활동과 재산권을 직접 제약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법적인 근거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공단 가동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며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어떤 근거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전용됐다는 점을 밝힐 근거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공단에 들어가는 자금을 무기 개발에 전용할 우려는 있지만, 얼마나 자금이 투입됐는지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 내 철수 수순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 간 협상에 대해 이 당국자는 협상 창구는 남측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협상이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철수 협상에 시간을 끄는 전략을 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당국자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공동위원회 사무처라든지 다른 채널을 통해 계속 두드려야 한다. 북측의 협조를 받지 않고서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 노동자들은 이날 대부분 출근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당국자는 "어제(10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요청한 사항이 있어서 그렇게 (출근하지 않은 것이) 됐다. 어제부로 공단 가동을 중단한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은 나와 봐야 일이 없겠다고 이야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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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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