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도 "한국 사드 배치 반대" 강경 입장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5자회담 반대, 6자회담 지지"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티모닌 대사는 2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매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러시아는 (6자회담의) 모든 당사국들에게 군사 분야에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자제하도록 호소하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정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티모닌 대사는 "제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북한에서 어떠한 실험이 이뤄졌는지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현재 이 상태에서 제재 성격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수소 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먼저 이것이 어떤 실험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제재를 논의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어떤 실험을 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냐는 질문에 티모닌 대사는 "제재 결의안 논의는 안보리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에서 어떤 것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때, 그 비판하는 일이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를 모르면, 결의안을 준비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어떤 실험을 했는지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티모닌 대사는 "북한이 일반 핵무기 실험을 했다고 해도 이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이 아닌 북한에 대한 양자 제재를 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는 항상 북한에 대한 양자제재를 반대해왔고 지금도 반대한다"며 "양자제재는 심한 고립을 초래하면서 핵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과 경제 협력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협력은 대량살상무기나 미사일, 핵무기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며 "경제적 제재를 통해 원하는 효력을 얻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6자회담 틀 내에서의 5자회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는 이러한 회담 구도(5자회담)가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다"면서 "5자의 대화가 북한의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런데 이런 과정은 북한의 참여 없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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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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