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 및 교사의 부모들이 쓴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축사'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故)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4·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아빠들'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축사를 올렸다.
피해자 부모들은 "12년 학교생활을 마치고 스무살 성인이 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는 평범한 엄마·아빠일 줄 알았는데, 이런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세월호 생존자 학생)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 줘서 고맙다"며 "어른들이 몰아넣은 참사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탈출한 것이 무슨 죄라고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한 짓을 우리 엄마·아빠들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절대 주눅 들지 말라.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 있게 대하라"며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열두 분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들을 지켜줄 거니까"라고 했다.
이어 "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절대로 되지 말라"며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어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이 스러져갔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꼭 찾아내겠다. 가끔은 여러분도 우리 엄마 아빠들을 응원해달라"며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고 축복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글 말미에 "학교 측에 4.16가족협의회에서 축사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생존자 학부모님들이 안 하셨으면 합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축사를 하게 됐다. 졸업하는 친구들이게 이 축사가 꼭 전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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