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진박' 마케팅 부끄러워…제동 걸어야"

당 안팎 비판에도 홍문종 또 "이재만은 진실한 사람"

총선 공천을 겨냥한 새누리당 내 친박(親박근혜)계의 '진실한 사람들' 마케팅이 노골적으로 계속되자, 당 안팎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각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 전체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을 뽑는 절차를 앞두고, 자질 검증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인물이다'와 같은 선전만 앞세우는 것은 국민의 '정치 혐오'만 키우는 부적절한 언행이란 지적이다.

2012년 대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했던 이준석 위원은 23일, 당 일각의 '진박(眞朴) 마케팅'은 "조소를 살 수 있는 부분이어서 당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가 만든 홍보용 명함.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페이스북
그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깜짝 놀란 것이 요즘 예비후보 등록이 된 다음에 명함을 만들고 있는데 '진실한 사람'이라는 말이 등장하더라"면서 "'중구의 참 일꾼' 이런 것은 본 적이 있어도 진실한 사람이라는 구호는 본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아무리 그래도 여당인데 다들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상황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거 구호로 내걸어서 당선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워야 할 일"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완전히 희화화될 수밖에 없다. 모양이 너무 안 좋다"고도 했다.

수도권(인천 남구갑) 재선 의원인 홍일표 의원도 이날 "대통령 마케팅은 본인 실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면서 스스로 "본인이 진실한 사람이라 말하는 것은 좀 유치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정치에 대한 신뢰가 우리나라처럼 낮은 곳에서 정치인이 '자기가 뭐다' 한다고 국민이 그렇게 믿겠느냐"면서 "그런 판단은 국민들이 냉철하게 하는 것이지 '내가 진실
▲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만 전 동구청장 홍보물. ⓒ이재만 전 청장 페이스북
한 사람이다' 하고 옆에서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별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인천 연수구 출마를 준비 중인 초선 민현주 의원도 "일부 후보가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기대어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지 않을까란 조급한 마음으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는 거 같다"면서 이런 방식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누가 되는 행동"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날 TBS와 한 인터뷰에서 일부 후보들의 '진박 마케팅' 보다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한 분이라도 더 만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믿는다"는 의견도 밝혔다.
▲ 새누리당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 박근혜 대통령의 귀엣말을 듣는 모습이다. ⓒ서상기 의원 페이스북

이처럼 '진박 마케팅'이 결코 새누리당이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에도, 친박계의 노골적인 '박심(朴心)' 선전은 계속될 양상이다.

수도권(경기 의정부시을) 3선의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재만 구청장은 대통령을 위해 나름대로 고생을 많이 한 분이기 때문에 진실한 분"이라면서 진박 마케팅을 계속했다.

그가 거론한 이재만 전 구청장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최근 선거사무소를 개소했다.

홍 의원은 이 전 구청장의 사무소 개소식 때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이장우 대변인 등과 한꺼번에 참석해 "이재만이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었다.

친박계의 이 같은 '진박' 마케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 내지 의도한 부분도 있다는 것 또한 정치권 일각의 평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22일 국무회의에서도 교체 장관의 이름을 거명하며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또 한 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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