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왜 중국은 국회 비준 안 하나?

[기고] 한·중 FTA의 '법적 지위 불평등' 문제에 대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한국에서는 국회를 통과해 비준 절차를 거친 반면,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아니라 국무원 승인을 거쳐 비준돼 '법적 지위 불평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중국의 관련 법률 규정을 알아보고 문제점을 간략하게 지적하고자 한다.

중국에서 외국과 체결한 조약 및 협정은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하나는 조약과 중요 협정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협정이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외국과 체결한 조약 및 중요 협정의 비준 및 폐지를 결정하는 직권을 지닌다. (중국 헌법 제67조) 그리고 국무원은 대외사무를 관리하고 외국과의 조약 및 협정을 체결하는 직권을 행사한다. (중국 헌법 제89조)

중국의 '조약 체결 절차법' 제 7조는 다음과 같다.

"조약과 중요 협정의 비준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결정한다. 앞에서 규정한 조약과 중요 협정은 다음과 같은 조약 및 협정을 의미한다. 1. 우호협력 조약, 평화조약 등 정치성 조약. 2. 영토와 국경 획정과 관련된 조약 및 협정, 3. 사법 협력 및 범인 인도와 관련된 조약·협정, 4. 중화인민공화국 법률과 상이한 규정이 존재하는 조약·협정, 5. 체결 각측이 반드시 비준하도록 결정한 조약·협정, 6. 기타 반드시 비준이 필요한 조약·협정."

현재 중국에서 FTA는 '조약과 중요 협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협정 등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FTA는 국무원이 비준했다. 이렇게 FTA 비준이 전인대 차원이 아닌 국무원에 의해 되는 것은 중국 국내 법률을 '충실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조약 체결 절차법'은 1990년 12월 28일부터 시행된 법률로 FTA와 같은 최근의 추세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FTA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3개국 간에 1994년 1월부터 발효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전 세계적으로 붐이 일어났다. 이제 FTA가 현 국제경제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협정'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중국의 '조약 체결 절차법'은 급속하게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시급히 수정돼야 할 법률이 아닐 수 없으며, FTA 비준 역시 당연히 전인대가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국내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FTA와 같이 화물 무역, 서비스 무역, 지적재산권, 투자, 분쟁 해결과 관련되고 심지어 환경, 인력자원, 과학기술 및 교육 등 더 광범위한 분야의 내용과도 관련되는 협정은 대외 협상이나 국내 시행 과정에서 반드시 많은 법률 간의 연결 및 수정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땅히 국내법 체계 범주로 포함시켜야 하고, 동시에 FTA 비준 역시 전인대 상무위가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FTA의 대외 협상 및 중국 국내 적용에 관한 제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고 FTA의 국내 시행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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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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