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찾은 참전 미군들 "No, Naval base!"

[언론 네트워크] "해군기지, 미군이 지속사용할 것"

전역한 미국 군인 10여명이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에 모였다. 이들은 노란색 옷을 맞춰 입고 "더 이상의 군사기지 건설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전 10시30분 강정해군기지 앞에서 미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평화군인회 회원은 총 13명으로 한국,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당사자들이다.

백발의 노인부터 건장한 청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이들은 "군사기지 건설이 세계평화의 답이 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미평화재향군인회. ⓒ제주의소리(이동건)

미 육군 대령 출신으로 16년간 외무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다 2003년 퇴직한 앤 라이트는 강정해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일하다 2003년 그만 둔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미국의 이라크전쟁 선포"라며 "그날 이후로 평화활동가가 됐다. 미국은 한국 내 모든 군사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강정해군기지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의 군사기지 건설은 안된다고 말하는 강정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3000일이 넘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강정 사람들은 부당한 공권력에 다치고, 연행됐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 회귀 전략은 지난 2011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 미 육군 대령 출신 앤 라이트. ⓒ제주의소리(이동건)

미국의 대외정책의 중심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의미로 발표했지만,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중국을 둘러싸는 형태로 군대를 배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 한국계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군인 생활을 했던 윌리엄. ⓒ제주의소리(이동건)

한국계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군으로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윌리엄은 진정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미 강정해군기지 건설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됐고, 계속 파괴되고 있다. 평화는 군 시설과 군 병력이 아니라 당사자간의 이해와 대화로 이뤄진다. 강정해군기지가 평화의 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2년 구럼비 발파 당시 한국에 입국하려다 거부당한 미군 특수부대 출신 타락 카우프도 참가했다.

그는 "2012년 입국을 거부당했다. 내가 왜 입국 거절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난 범죄자가 아니다.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안보를 위해 강정해군기지가 필요하다? 모두 거짓말이다. 강정해군기지를 이용하는 미군은 핵무기 등 첨단 무기를 가지고 입항한다. 이는 강정 뿐만 아니라 한국,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며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부르짖었다.

▲ 지난 2012년 구럼비 발파 당시 한국에 입국하려다 거부 당한 타락 카우프. ⓒ제주의소리(이동건)

회견에 함께 한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강정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해 싸웠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세계자연보전총회(WCC) 등 자리에서 강정의 사례는 세계인들에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외롭지 않다. 같이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해군기지가 곧 완공된다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다. 끝까지 투쟁해나가겠다. 강정마을과 제주도민의 평화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참자자들은 모든 발언이 끝난 뒤 "No, Naval base(해군기지 반대)" 구호를 함께 외쳤다.

평화군인회는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매일 열리는 평화 미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열리는 '강정 평화 촛불문화제'에도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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