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싸우니…박원순·이재명 '수난'

[시사통] 12월 2일 이슈독털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지지고 볶는 내홍상태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 그건 그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누가 당권을 잡든 누가 공천을 받든 그건 그들만의 리그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혈투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차라리 문 닫고 당신들끼리 싸우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들이 문 닫고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을수록 피해 보는 건 국민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어제 있었던 일 두 가지만 전해 드리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다른 국무위원들한테 난타당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기로 한 청년수당정책에 대해 '범죄'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경기 성남시의 무상교복정책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내년 중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비용을 지급해서는 안 되고 소득 기준으로 차등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재협의'를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새정치연합 소속 단체장의 복지정책이 이렇게 난타당하고 난도질당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차례차례 각개격파 당하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원천봉쇄의 길로 내몰리고 있기까지 합니다. 어제 국무회의 안건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 정부 동의없는 복지사업을 시행하는 자치단체에 그 사업예산만큼의 교부세를 깎겠다는 내용입니다. 단체장의 주민 밀착형·자기 주도형 복지사업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청구를 내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것뿐입니다.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 추이를 볼 때 청구서 한 장 달랑 내민다고 문제가 풀릴 게 아닌데, 오히려 국민의 비판 여론을 조직해도 모자랄 판에 그저 그렇고 그런 의례적인 대응만 하고 있는 겁니다.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큰 이유는 내홍 때문입니다. 내홍 때문에 돌아볼 여력이 없고, 판을 키울 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당의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 대응해도 될까 말까 한데, 자기들끼리 삿대질하기 바쁘니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비판 여론을 조직하기 위한 첫 단계는 시선 집중이고,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려면 언론을 타고 SNS를 타야 하는데 오히려 언론과 SNS에 '장사'하기 좋은 싸움질 중계방송 꺼리만 매일같이 제공하고 있으니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한심함을 넘어 절망감까지 들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혈투'로 치부하면서 외면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깊어지고 길어질수록 민폐는 심해집니다. 박근혜 정부의 독주와 독선의 여지를 넓혀버리는 반면, 단체장의 저항과 복지의 확충 여지를 줄여버립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웃고 국민은 우는 형국을 만들어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는 건 자체 해결 능력이 없다는 걸 뜻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국민이 팔 걷어붙이고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 내홍사태를 끝낼 힘을 조직해야 합니다. 마땅한 통로가 없어 갑갑하긴 합니다만 최소한으로 의견이라도 조직해야 합니다. 물론 양비론도, 양시론도 아닙니다. 내홍의 꼭짓점에 있는 몇몇 인사들에게 구체적인 선택과 행동을 요구하고 압박해야 합니다.

그리고 첨언 한 마디.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가치가 어떻고 혁신이 어떻고, 나아가 총선 승리가 어떻고 떠들기 전에 자신들에게 최소한의 양식이나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히는 것도 아니고, 드잡이질에 복지정책 사장되는 걸 인정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야 합니다.

정말 보다보다 이런 야당은 처음 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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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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