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무성, 한·중 FTA 전 예산-법안 연계 않겠다 약속"

與 '연계' 최후통보안에 野 협상 전면 중단 선언…"김무성 사과해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1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쟁점이 되고 있는 관광진흥법 등과 2016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당과의 협상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은 아울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과를 공식 요구했다.

김 대표가 전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본회의 표결 직전 있었던 양당 지도부 간 비공개 회동에서 '예산안과 법안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해놓고, 이날 오후 돌연 태도를 바꿔 연계 방침을 공식화해 협상 당사자 간 '신뢰를 깼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설명이다.

새누리, 野에 '최후통첩'…새정치 "협상 전면 중단"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한 긴급 예산 관련 당·정 협의를 시작하며 "새누리당은 예산과 관련해 시급한 민생 경제 관련 법안(관광진흥법 등), 그리고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기간제법·파견법 등)을 반드시 연계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 같은 '법안-예산안' 연계 방침을 표명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나, 이른바 경제활성화법(관광진흥법·국제의료지원법·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 등)과 함께 노동 5법을 포함해 예산안과 연계를 하겠다고 당 대표가 수위 높게 압박한 것은 이전보다 훨씬 강경해진 태도다.

당·정 협의가 종료된 후에는 최 부총리가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서 "지금 이 시각까지도 여야 협상이 타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시간 이후 정부에서는 예산안 수정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경제 관련 법안들과 대테러방지법 등 정부-여당 요구 법안 처리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여야가 증액 및 감액 심사를 해 온 수정 예산안이 아닌 국회에 최초 제출된 정부안을 그대로 본회의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는 경제 부처 수장의 대국회 압박이다.

예산 '초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부 예산안은 국회법에 따라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이미 자동 부의 돼 있다. 여야가 증액 및 감액 심사를 한 수정안이 내일 본회의에 올라가지 않으면, 이 정부 원안을 두고 표결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은 이처럼 현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고, 최 부총리와의 긴급 당정을 거치던 중 새정치연합에 '최후통첩' 성격의 최종 요구 사항들을 항목별로 구체화해 전달하며 '양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최후통첩안의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중엔 관광진흥법(학교 앞 호텔 건립 허용)을 한시적 특구에서의 시범 운용하자는 것과 노동5법 논의를 위한 입법권이 부여된 태스크포스(T.F)를 국회에 구성하자는 내용 등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 "'법안-예산 연계 않겠다' 약속해 한·중 FTA 흔쾌히 처리"

새정치연합은 이 같은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는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최종 요구안을 받은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으며 2시간가량 논의한 끝에 김 대표의 사과와 예산·법안 협상 전면 중단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의 사과가 없으면 법안·예산 심사를 계속 진행할 수 없단 것으로, 김 대표가 사과를 할 경우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나 여당이 김 대표의 사과 없이 예산안 정부 원안의 표결 처리를 강행하면 야당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모두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어제 양당 대표, 원내대표 등이 다 모인 자리에서 (김 대표가) '연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우리도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흔쾌히 했다"면서 또다시 연계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협상 당사자 간 사과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전날 한·중 FTA 비준안 처리에 앞서 "비준안이 처리되면 새누리당은 야당에 큰 빚을 지는 만큼, 예산안·법안 심사 때 그 빚을 꼭 갚아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날 야당 의원총회에서는 정부·여당의 거듭되는 예산안 연계 엄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상당했다고 전해졌다. 참석자 중 일부는 "이런 굴욕을 당해서야 되겠나. 청와대 관심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말고 예산도 포기하자"는 강경론을 펼쳤다고도 한다.

한편, 새누리당은 '김 대표가 예산안-법안 연계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새정치연합 주장을 부인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야당의 비연계 요구에 "(우리는) 답을 안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이종걸 원내대표가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예산안 표결 본회의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냥 처리할 수 밖에 없다. 2일을 넘길 수는 없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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