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역사학자, 고려시대 금속활자 발견했다

발굴조사 중에 출토된 것은 최초…국가가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한 개성 만월대 지역 발굴 조사에서 고려 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출토됐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30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14일 발굴 조사 중 만월대 서부건축군 최남단 지역인 신봉문터 서쪽 255m 지점에서 금속활자 1점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현재 남북은 각각 1점 씩의 고려 활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처럼 발굴 조사 중에 활자가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출토된 활자 크기는 가로 1.36㎝, 세로 1.3㎝, 높이 0.6㎝이며, 글자면을 제외한 몸체의 두께는 0.16㎝이다. 활자는 '전일할 전(嫥)'자와 유사해 보이지만,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 획이 '모 방(方)'자처럼 보이기도 해 정확히 어떤 글자인지 향후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 출토 금속활자 앞면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번 발굴을 주도한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은 "조사단은 11월 중순까지 조사활동을 통해 바둑돌, 철갑옷 편, 금제 유물 편 등 작은 유물들을 찾아냈지만 금속활자는 찾지 못하다가, 조사 기간이 거의 끝나가던 14일 오전 금속활자 1점을 발굴했다"며 발굴 과정을 전했다.

문화재청 박성진 연구사는 "14일 공동조사단 일원인 북측이 발굴 과정 중에 남측조사단에 알려와서 금속활자 출토를 알게 됐다"며 "실물이 새끼손가락 손톱 정도의 크기인데, 흙을 가지고 와서 체질을 하고, 그 안에서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금속활자를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에 출토된 활자가 상당히 수준 높은 글자이며, 고려 국가가 주도해서 만든 최고(最高) 수준의 활자라고 밝혔다. 이에 안병욱 부위원장은 "남북에 실물 고려 활자가 하나씩 있는데, 그 활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정교하다"라며 "출토지가 고려 왕궁이기 때문에 상당히 정교한 기술을 가진 1급 공장들이 만든 활자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활자가 만들어진 시기와 관련, 아직 정확한 연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북한의 발굴 관계자들과 시기에 대한 논의를 했다면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과 같은 과학적인 조사를 해야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파괴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대 측정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월대에 3번의 건축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불타 없어진 것이 홍건적의 난 침입으로 1361년이기 때문에 일단 그 이전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고려 활자는 분명한데, 이것이 12세기인지, 13세기인지는 지금으로써는 성급한 결론"이라며 "(지금 이 활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비교 대상이 더 있어야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여러 경우를 종합해서 내년에 남북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하자고 논의를 했다"면서 "앞으로 관련 학계에서 활자의 특징, 연대 등에 대한 부분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지난 6월 1일부터 이날까지 개성 만월대 서부건축군 7천 제곱미터를 발굴 조사했다. 이 결과 금속활자 외에 19동의 건물지와 35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는 내년에도 추가적인 금속활자 출토를 위해 발굴조사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 출토 금속활자 ⓒ남북역사학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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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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