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에게 총을 줘서는 안 되는 이유

[서리풀 논평] 시위 진압과 시민의 생명

시위 진압과 시민의 생명

'폭력' 시위와 '과잉' 진압을 둘러싼 시비는 익숙하다.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된 논란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불행한 사건, 2009년 1월의 용산 참사는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한국에서 "과격한 폭력 시위"는 관용어가 된 것처럼 보인다. 평화로운 시위라고 불릴 만한 사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번 '총궐기' 시위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이 다쳤고 농민 한 분은 아직도 위중한 상태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예측으로 치자면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충분히 예상되었던 경과(經過)였고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예방과 상황 관리, 문제 해결 모두 마찬가지다. '공(公)권력'이 아니라면 다른 누가 평화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시위 그 자체의 시비는 미뤄두고, 오늘 우리의 관심사는 생명과 안전이다. 먼저, 경찰이 과격한 진압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것은 크게 잘못된 것임을 강조한다. 의도했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모르고 그랬다 해도 책임에서 면제되지 않는다. 어떤 결과가 생길지 모르고 했다면 무능함을 고백한 것일 뿐.

어떤 사람들은 과격 시위가 폭력 진압을 불러왔다고 할지도 모른다. 정확한 경과는 둘째 치고라도, 우리는 이런 책임 전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찰은 그야말로 공권력을 수행하는 주체로, 치고받는 패싸움의 한쪽 당사자가 아니며 시위대를 적으로 삼아 전투를 수행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공권력이 불가피하게 폭력을 사용할 때는 마땅히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과 같은 "급박한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 중심 가치는 명확하다. 특정 정권이 아니라 국가의 권력을 위임 받은 것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도덕적 의무를 진다. 시위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도 당연히 이 범주에 속한다.


지금 시위 진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위험도 크다. 시위 진압에 쓰인 파바(합성 캡사이신의 일종)와 캡사이신의 위험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이미 경고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최루액 난사, 박근혜 정부의 '인체 실험'") 한 마디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폭력이자 공권력 남용이다. 마침 세계의사협회가 지난 10월 폭동 통제용 물질 사용에 대한 성명서를 채택했다('시위'가 아니라 '폭동'임을 유념할 것). (☞관련 자료 : WMA Statement on Riot Control Agents)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폭동 통제용 물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대상자와 노출된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초래하고 인권을 침해한다. (…) 각 나라는 폭동 통제용 물질을 사용함에 있어 개인에게 미칠 심각한 위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해야 하며, 특히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 취약 집단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세계의사협회는 각국 정부가 (…) 폭동 통제용 물질을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사용하도록 경찰과 안전 요원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에는 고농도의 물질에 노출되어 고통 받는 개인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고, 사람에 조준하지 않으며,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

시위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을 어떻게 치료하고 이송했는가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번 시위에서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 의과대학 학생이 대자보로 알렸다는 사실은 이렇다. (☞관련 기사 : 의대생 대자보 "전쟁터에서도 구급차는 공격 안합니다")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 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쏘았다. 물대포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직사는 1분여가량 지속되었다.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하여 사격한 것이다. 해당 환자는 현재 뼈뿐만이 아니라 인대까지 끊어져 수술 중이다."

기본 중의 기본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전쟁 때도 구급차는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굳이 꺼내야 할까. 정부와 경찰도 공식적으로는 인정할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시위 현장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경찰이 지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있다면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 앞으로도 시위가 일어나고 이를 통제하려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시위가 무엇인가? 이해관계를 달리하면서 권력과 충돌하는 것이 본질이다. 수백 년 동안 민주주의를 몸으로 익혀온 사회라고 다를 바 없다. 익숙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나 2010년 영국에서 벌어진 대학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도 평범한 사례에 속한다. (☞관련 기사 : 英 대학생 학비 인상 반대 과격 시위)

갈등과 충돌이 시위의 본질이라면, 그 과정은 거칠고 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생명과 안전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균열과 갈등이 클수록 위험도는 더 커진다.

시위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그만 두더라도, 시위를 '관리'하는 데에서 정부(공권력)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생명을 존중하고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힘(권력)을 가진 '유일무이'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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