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은 어제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말했습니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폭력시위가 계획되고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시위를 주도한 사람은 물론 배후 단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사법 조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 사람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경찰은 민중총궐기대회를 공동주최한 53개 단체 중 실체가 확인된 40여 개 단체 대표에게 이번 주 중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일사천리입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려줬다는 듯이 대대적인 추적과 수사와 처벌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정권 입장에서는 얻는 게 많을 겁니다. 불법폭력시위를 준법시위로 바꾸겠다는 정권의 주장은 의례적인 언사일 뿐 기실 바라보는 곳은 다른 지점일 겁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와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단체들은 대부분 계층별·부문별 단체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른바 4대개혁의 주 대상임과 동시에 저항의 주체입니다. 이들의 발을 불법폭력시위 올가미로 묶어버리면 4대개혁의 작용력은 증대되고 반작용력은 반감됩니다.
이들 단체가 공안몰이에 격렬하게 반발한다고 해서 정권이 밑질 건 없습니다. 그런 현상을 4대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선전도구로 삼을 수 있고, 행여라도 4대개혁이 좌초한다면 책임 전가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대개혁을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일소 차원, 다시 말해 국가개조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에게 이들 단체는 '쭉정이'이자 '온상'입니다. 뽑아내고 헐어야 하는 불순물입니다. 박근혜 정권에게 이른바 '불법폭력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를 무시하고, 결사를 해체하는 유력한 명분이자 계기일 겁니다.
이명박 정권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 메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시민과 민중의 분리, 시민영역의 위축입니다. 이 메가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면 당연히 정권 견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민영역의 주체적인 견제능력 자체가 약화될 뿐만 아니라 야당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림으로써 정당을 통한 정권 견제력 또한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권은 지금 떡 본 김에 제사지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니, 제사 지내기 위해 민중총궐기대회에 떡시루를 끼워 넣었는지 모릅니다. 정권이 노리는 것은 '불법필벌'이라는 명분하에 '보수필승'의 항구적 기반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정권의 의도가 이렇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는 건 역효과를 내기 십상입니다. '산개'는 '각개격파'를 유발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2차 민중총궐기를 다짐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입니다. '어떻게' '응집'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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