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서울시 청년수당, 정신 파괴하는 아편"

'특별연장 8시간' 포함해 놓고 "근로시간 16시간 단축" 거짓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정부의 확정고시로 일단락되자,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편' 몰이에 나서고 있다. 당 전체 의원이 이름을 올린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이 오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앞두고 개편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쪽으로는 자신들의 법안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법안이라고 거짓 선전하며, 다른 한쪽으로는 서울시 등에서 추진하는 청년수당 지급 정책을 '아편과 같다'고 맹비난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청년수당 정책은 아편'이란 발언은 새누리당 노동 선진화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 입에서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시가 추진한다는 청년수당은 정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같은 혼란을 몰고 올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나 졸업예정(유예)자 중 중위소득 60% 이하인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 동안 월평균 50만 원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 최고위원은 이러한 청년수당 정책을 "청년들의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과 같은 존재"라고 규정하며 맹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혈세를 가지고 자선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면서 "저는 청년의 정신을 파괴하고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릴 여지가 다분한 이 싹을 정부가 나서서 단호하게 제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 말대로 청년수당 정책이 '자선' 성격을 일부 갖더라도,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에 대한 자선이 어떻게 정신 건강을 파괴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누락돼 있는 발언이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반발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집중 공격했다. 민주노총의 반발은 전체 노동 계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밥통 귀족 노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고전적 '레퍼토리'가 이날도 등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법안이 '근로시간 16시간 단축 법안'이라는 거짓말까지 당 대표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이 지난 9월 당론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에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 허용하는 법안으로, 사실상의 '장시간 노동 허용' 법안이다.

김 대표는 이날 "민주노총은 어제 한국이 노동시간 세계 최장 국가, 산재 사망 세계 1위의 나라라고 비판했는데, 우리 새누리당에서 낸 5대 법안이 바로 민주노총이 비판하는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대 법안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파견법 개정안 △기간제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무려 16시간이나 단축(근로기준법 개정안)하고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평균임금 50%에서 60%로 확대하며 지급 기간도 연장(고용보험법 개정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거나, 일부 부분만을 과대 선전한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에 더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2023년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과거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 때문에 법정 근로시간은 52시간임에도 휴일근로 최대 16시간이 더해져 주당 노동시간이 68시간에 달했던 상황을 개선하려는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지급되는 실업 급여액을 확대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개정안 전체를 평가하면 보장성은 오히려 하락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는 해당 법안이 실업급여 기여 요건을 오히려 까다롭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급여 기여 요건은 '이직 전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 가입자다. 현행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보다 더 오랜 기간 가입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구직급여 하한액은 현행 최저임금 90%에서 80%로 하향 조정됐다. 새누리당이 때마다 강조하는 '청년층'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 중 74.1%가 하한액을 받는다. 이들에겐 새누리당의 개정안이 '후퇴 법안'이 될 수밖에 없다. (☞ 관련 기사 : "청년 위한 개혁? 실업급여, 청년에게 최악")

김 대표는 그럼에도 이 같은 노동 5개 법안을 "사회 안전망을 넓히고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는 민생 법안"이라고 포장을 거듭하며 "야당과 민주노총은 이런 내용은 보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을 노동 악법으로 속이며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5개 법안을 가로막는 것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정을 가로막는 비애국적 행위" "청년의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는 미래 세대에 대한 적대 행위"라는 공격적인 표현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또 "어제가 민주노총 창립 20주년인데 얼마나 초심을 지키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면서 "민주노총이 철밥통 귀족노조 지키기에만 앞장서면서 비정규직과 청년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반발하고 있는 5개 법안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비정규직 확대' 법안이다. 기간제 사용 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고, 제조 분야 뿌리산업 등에 대한 파견 확대 법안들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청부 법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 관련 기사 : [단독] 현대차 위한 노동개혁?…도장·용접도 파견 허용, 비정규직 위한 개혁? 현대차만 '흐믓')

김 대표에 이어 원유철 원내대표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준비하고 있는 '총궐기 노동자대회'가 서울 시내 대학 논술·면접일인 14일에 진행돼 "도심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고 교통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집회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인 8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면서 "정치 시위로 인해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고 지각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이 책임은 누가 지고 보상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14일 열리는 '총궐기' 집회는 오후 2시 30분 시청광장에서 노동자대회로 시작하여 오후 6시 광화문에서의 본대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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