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객기 추락, 'IS 폭탄 테러설' 강력 대두

[분석] 시리아 내전 개입한 푸틴, '제2의 아프간 전쟁' 기시감?

지난 9월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224명 모두 숨진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이슬람국가(IS)의 '폭탄테러설'이 강력하게 대두돼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미국의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필립 해먼드 외교장관은 "폭발물에 의한 추락이라고 볼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며, 미국 정보 당국자들도 IS나 IS 연계 세력이 사고 여객기에 폭발장치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여객기는 이집트의 유명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 공항을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이륙 23분만에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교신이 끊기며 공항에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잔해로 발견됐다.

사고 직후 IS 측은 자신들을 공격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으로 여객기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당국과 많은 전문가들은 IS가 격추했다는 주장을 일축해 왔다. IS는 사정거리가 8000미터를 넘는 대공무기가 없으며, 사고기의 추락 당시 고도는 9000미터가 넘었다는 것이다.


▲ 이집트 시나이반도 하사나에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잔해가 떨어져 있다. ⓒAP=연합뉴스

"9.11 이후 가장 중요한 테러 공격 사건일 수도"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사고기의 잔해가 20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면적에 흩어져 떨어졌다는 점에서 공중에서 급격히 분해되며 추락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원인이 외부의 타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내부의 폭발장치나 폭발적인 파괴가 초래할 만한 기체 결함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전문가는 아직 폭발에 의해 손상된 흔적이 있는 기체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꼬리 부분이 이른바 '깨끗한 폭발'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로골절에 의한 폭발적 해체'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고 여객기가 지난 2001년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착륙하다가 꼬리가 활주로에 부딛치는 사고를 겪었으며, 1985년 일본 여객기 추락 사고도 이런 원인이었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아직 물증을 확보하지도 못했으며, 공식적인 결론을 내린 것도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도 사막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2개 중 1개가 일부 파손돼 사고 당시의 정보를 해독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CNN은 미국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샤름 엘셰이크 공항은 보안이 부실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라면서 "공항에서 여객기에 폭탄을 장착하는 것을 도운 누군가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의 테러 분석가 폴 크뤽생크는 IS측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9.11 이후 가장 중대한 테러 공격일 수 있는 사건"이라면서 "샤름 엘셰이크 공항의 내부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탑승객 224명 중 우크라이나인 4명, 벨라루스인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러시아인이 탄 러시아 여객기 추락이 IS의 폭탄 테러 공격으로 확인된다면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은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여객기 추락 사고에 앞서 시리아 정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위협하는 IS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해왔다.

여객기 추락 사고 직후 IS 연게 시나이 지부 조직은 "시리아 땅에서 수많은 무슬림을 살해한 러시아의 공습에 대응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안사르 바이트 알마그디스'라는 이집트 토착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4월 이 집단을 해외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IS의 테러 가능성을 일축해오던 러시아로서는 IS로부터 보복 공격을 당한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면, 시리아 내전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면서 '제2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소련이 친소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전에 개입했다가 10년 만에 패배하며 철수한 곳이며, 소련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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