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로 북한 미사일 잡을 수 있나?

[정욱식 칼럼] 한-미 동맹과 전력 증강으로 북핵 해결 못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쉬튼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월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6개의 항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4D'의 공식화이다.

4D는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탄두를 포함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하는 전 과정을 일컫는 개념이다. 한-미 양국은 작년 SCM에서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개념 및 원칙'을 발전시키기로 했고, 올해 실무 협의를 거쳐 이번 SCM 회의에서 공식 발표한 것이다.

4D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미국이 재래식-핵우산-미사일 방어체제(MD)로 구성된 확장 억제를 한국에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이 킬 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2020년대 중반까지 보유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두 축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해 통합전력으로 구축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4D'의 안보적, 경제적, 외교적 비용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4D의 한국 측 핵심 요소인 킬 체인과 KAMD가 2020년대 중반까지 확보될 수 있을지가 극히 의문시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시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은 전투기 사업에 있다.

그런데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인 F-35는 개발비 폭등 및 지연, 각종 기술적 결함, 운용유지비 폭등 등으로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다. 또한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표류 역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2020년대 중반에 킬 체인의 핵심인 전투기 능력 확보는 고사하고 '전투기 없는 공군'으로 전락할 위험마저 거론되고 있다.

KAMD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고도 방어체계는 패트리어트 최신형을 도입해 충당하고 고고도는 자체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과욕이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킬 체인과 KAMD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2020년대 중반에 핵과 미사일 능력이 현재보다 훨씬 강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현재 수준의 핵 개발을 지속하면 이즈음에는 100개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 또한 핵탄두의 운반수단인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전술핵 보유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2020년대 중반에 남북한 사이의 전략 무기 격차는 현재보다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한-미 양국은 "조건에 맞는 전시작전권 전환 이행"의 목표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잡고 있는데, 그 조건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4D'의 미국 측 핵심 요소인 '확장 억제력 제공'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고, 그 결과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에 따를 유무형의 비용도 폭등할 수밖에 없다. F-35 구매 결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무적 고려'는 한국의 무기 사업을 옥좨는 족쇄가 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퇴행적 언행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속절없이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번 SCM 회의에서 작년에 기습 체결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앞으로 강화하겠다고 한 것이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이러한 지적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외교'는 어디에?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한국은 한-미 동맹과 전력증강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처하려고 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법은 한국에게 안보적, 경제적, 외교적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4D'는 이러한 실패한 정책을 앞으로도 답습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가장 큰 이유는 안보의 또 다른 축인 외교가 실종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흡수통일론'에 기대어 대북정책을 방기하고,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6자회담 재개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평화회담에도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 결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이제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커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안보의 또 다른 축인 국방 역시 각종 방산비리와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으로 인해 안으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외교를 통해 북한 위협을 관리·완화하는 데에도, 국방을 통해 북한 위협에 대처하는 데에도 모두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하고자 한다. 한국의 국가전략 자체가 보이지도 않고 모순 덩어리라는 것이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4D'를 비롯한 동맹전략과 군비증강은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국가전략은 외교적으로 이들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 전략과 능력을 구비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북핵의 궁극적 해법은 통일에 있다"면서 사실상 북핵 문제를 나 몰라라 하고 있는 한, 제대로 된 북핵 대처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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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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