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어이…' 아침마다 곡소리가 퍼진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방사능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

아침 8시 '어이, 어이…' 하는 곡소리가 월성 핵발전소 앞에 울려 퍼지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상복을 입기 시작한다. 상여가 맨 앞에 나가고, 이어서 관이, 관 뒤로는 상복 입은 할머니들이 곡을 하며 따른다. 어쩌면 이 관 속에는 태어나지도 못한 딸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들이, 소아백혈병에 걸려 세상 일찍 떠난 손자가, 몇 해 전에 암으로 시름시름하다 세상 떠난 남편이, 또는 아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출근길 도로 한 차선을 점거하고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월성 핵발전소 정문에 이르자, 아예 정문을 막고 제자리걸음을 한다. 출근하는 차량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도로를 메우며 같이 선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곡소리만이 아침 공기를 가득 메운다. 그렇게 1년,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겼다.

이곳은 중수로 핵발전소 4기와 경수로 핵발전소 2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중·저준위 핵쓰레기장이 있는 경주 월성핵발전소 단지다. 핵발전소를 바로 코앞에 두고 사는 이곳 주민들은 방사능이 들어간 물을 마시고,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방사능 공기로 호흡하며, 방사능 오줌을 눈다. 얼마 전 조사 결과, 조사에 참가한 모든 주민의 몸에서 삼중수소가 나왔다. 나아리 주민들은 말 그대로, '논도 잃고 밭도 잃고 바다도 잃고 이제는 생명까지 빼앗아 가려는 한국수력원자력'에 맞서 핵발전소 앞에서 1년째 이주 요구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 또는 가족이 백혈병·뇌종양·갑상선암·폐암·위암 같은 여러 암에 걸렸다. 고리, 울진, 영광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기준치 아래여서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 핵발전소를 바로 코앞에 두고 사는 경주 월성 핵발전소 주민들은 방사능 오염 물을 마시고, 방사능 오염 음식을 먹고, 방사능 공기로 호흡하며, 방사능 오줌을 눈다. 얼마 전 조사에서는 조사에 참가한 모든 주민들 몸에서 삼중수소가 나왔다. ⓒDavid elFraile(http://int.nonukeart.org)

거짓말하는 정치, 배반하는 과학


방사능 수치는 괜찮다는데 왜 암 발생률은 높은가.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 545명의 갑상선암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온 유럽방사능위험위원회 과학위원장 크리스토퍼 버스비의 답은 단호하고 분명하다.

"거짓이고, 오류이며,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문제다."

정부와 한수원이 근거로 삼는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 모델은 생물학자도, 의사도, 화학자도 아닌 물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단순한 계산식에 의해 만들어진 이 모델은 방사능의 생물학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고, 그 결과 오류가 1000배∼1만배까지 차이 난다는 것이 유럽방사능위험위원회의 연구결과이다.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 모델로 1밀리시버트(mSv)라 계산된 것이 실제로는 2000mSv가 될 수 있고, 0.0001mSv라 계산된 것은 실제로 1mSv가 될 수 있다.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 모델은 히로시마 피폭 사례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데, 이것은 고선량 방사능의 일회성 외부피폭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저선량의 일상 내부피폭에는 적용할 수 없다. 내부피폭은 전혀 다른 작용 원리가 적용된다. 내부피폭은 모든 에너지가 한 곳, 바로 DNA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기 속에 방사능 1000mSv가 방사된다면 몸무게 100킬로그램(kg)인 사람이 받는 방사능 수치는 '전체 방사능 1000 ÷ 몸무게 100 = 10mSv'라는 것이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 계산법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부피폭일 경우, 1000mSv는 어떤 세포 내 한 곳 DNA에 모두 집중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버스비는 이런 상황을 '몸 안에 든 총알', '불타는 석탄을 삼킨 것'으로 표현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기준치 아래여서 괜찮다'는 한수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주변 많은 주민들이 여러 암에 걸리는 사태를 설명할 수 있다.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 과학자들과 핵산업계가 자신들의 이론과 이익으로 현실을 조작하고자 했다면, 주민들은 암에 걸린 당신들의 몸으로 현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와 국제원자력기구, 그리고 정부들은 현실이 설명되지 않는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 모델을 왜 고집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핵무기 실험을 정당화하고 핵발전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그 단순한 목적이 인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핵폭발과 핵발전소를 통해 인류 진화과정에서 한 번도 없었던 물질들, 새로운 방사능 물질들이 등장했다. 우리 몸이 적응할 여유도 없이 새로운 물질들은 바로 사람 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탄소14'와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모든 세포는 탄소와 수소로 이뤄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방사능 물질들이 몸에 들어와 DNA 연기 사슬을 끊어 세포를 변형시킨다. 그 결과 전에 없던 여러 병이, 특히 암이 대규모로 발생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960년대에 세계 인구의 7분의 1이 암 진단을 받았고, 90년대에는 5분의 1, 그리고 2020년이 되면 2분의 1이 암 진단을 받게 될 것'이라 한다. 당연히 핵발전소 주변에 가까이 사는 주민들의 비율은 더 높으며, 어떤 가족은 100퍼센트(%)가 암에 걸린다.

핵발전소로부터 가장 위험한 도시에서 산다는 것

월성 핵발전소 주민들뿐만 아니라 핵발전소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경주 시내에도 18%의 주민들 오줌에서 삼중수소가 나왔다는 결과는 울산 시민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한쪽에는 곧 가동될 신고리 3,4호기로 8기 핵발전소를 운영하게 될 '세계 최대 핵 단지' 고리 핵발전소 단지가 있고, 또 다른 한쪽엔 경수로보다 6배 많은 핵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삼중수소를 30∼40배 더 배출하는 중수로 핵발전소 4기와 경수로 핵발전소 2기, 중·저준위 핵쓰레기장을 끼고 산다. 대형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저선량 방사능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로, 소방차 앰뷸런스 소리만 들어도 "핵발전소, 터진 거 아냐?"라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울산 시민들의 일상이 되었다. 전국 암 발생률 1위 도시 울산. 그 이유야 다양할 수 있지만, 핵발전소 단지로부터 30km 안에 울산시민 96%가 살고 있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여론조사에서 울산 시민의 66.2%가 '점진적 탈원전'에 찬성했다. 울산 시민들 또한 달라지고 있다. 사실을 낱낱이 확인하기 위해 울산시민들의 건강과 방사능 연관성을 밝히는 역학조사를 하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탈핵이 정치 쟁점이 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생명과 에너지 문제에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깨치고 힘을 모으는 것.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희망이나 낙관할 만한 답을 발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지옥에서도 삶은 지속된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갈 고민을 담은 한 걸음씩을 내딛는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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