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 교과서 예산을 예비비로 지출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해서만 예비비를 쓸 수 있도록 한) 국가 재정법 위반"이라며 "미리 돈을 빼돌려 쓰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예산과 달리, 예비비는 국회의 예산 심사를 피할 수 있다. 정부는 천재지변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 필요할 때에 한해 예비비로 우선 예산을 지출한 후, 국회에 사후 승인을 얻으면 된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예비비는 정부가 홍수나 자연재해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비용에 쓰이는 돈인데, 이를 교과서 개악에 쓰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검인정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예비비 지출 사안이라면, 아이들이 천재지변을 당해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이 정부가 1년 만에 교과서를 만드려고 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졌다. 국민의 저항 때문에 당당하게 본예산으로 할 수 없으니 꼼수로 예비비를 편성하고 군사 작전하듯 1년 내 완성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국회법 파동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이제는 예비비를 통해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밟았다"면서 "이런 식이면 국회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해산시켜야 한다. 국회는 무슨 일을 하란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부가 예비비를 편성한 시점도 논란거리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일 국정 감사에서 국정 교과서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답했으나, 지난 12일 국정 교과서 행정 고시를 예고했으며, 그로부터 단 하루 만인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신속히 의결했다.
국회 예결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지난 13일에 예비비를 의결했다면,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국정 교과서와 관련해) 아직 국회 의견과 여론을 수렴 중'이라고 답했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위증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국정 교과서 관련 예산이) 통과한 다음날인 14일 국회에 예산 설명회가 열렸는데, 교육부 관료들은 '관련 예산은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버젓이 거짓말하는 나라에 무슨 법이 존재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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