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풍경이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새누리당 안에서 벌어진 세 가지 풍경인데요. 이 세 가지 풍경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요? 우선 하나하나 살펴보죠.
하나. 유승민 의원이 지난 12일 "국정 교과서는 새누리당 당론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정화에 대해)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 의견은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둘. 정두언 의원이 어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정화를 "시대에 완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화·자유화로 가는 사회에서 갑자기 (교과서를) 획일적으로, 거의 독점적으로 하겠다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행 검정 교과서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한국을) 거의 없어져야 될 나라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고쳐야 한다"고요.
셋. 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화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초청강사는 보수를 넘어 극우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는데요. 강의를 듣던 100여 명의 의원들이 "정말 잘했어"라고 장단을 맞췄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영웅을 발견했다. 정말 저희들 마음에 큰 감동이 있었다"고 극찬했고요.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할까요? 같은 듯 다른 점에 찍어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듯 같은 점에 찍어야 할까요?
얼핏 봐선 같은 듯 다른 점에 찍어야 할 듯합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유승민·정두언 같은 의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콕' 찍어야 할 듯합니다. 점을 찍고 나면 선을 그어야겠죠? 한 점과 다른 점 사이에 선을 그어 전선을 쳐야 할 겁니다. 새누리당 안에 국정화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이 꽤 있고, 이들이 입과 힘을 모으면 여권 내에서 분열적 요소가 발현되고, 국정화 추진동력은 떨어질 것이라고요.
하지만 다른 듯 같은 점에 찍으면 어떻게 될까요? 비록 국정화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현행 검정교과서에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 그리고 내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방점을 '콕' 찍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국정화 반대 의견은 행동화하지 않습니다. 그저 소수의견 피력으로 개인의 정치적 알리바이만 만들 뿐 흐름을 바꾸기 위한 세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또 안 합니다.
강과 온, 비둘기와 매의 구분은 그것들이 세력 갈림으로 귀결되고, 어느 세력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판과 흐름이 달라질 때나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지 못하며 초록의 미세한 차이는 큰 틀의 같은 색 분류에 압도당합니다.
이런 인식해 기초해 새누리당 내 풍경을 되살피면 그건 진풍경입니다. 압도적 절대다수가 국정화에 맹렬히 찬성하는 단색의 진풍경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저런 일색화가 청와대의 위세에 눌린 피동 현상인지, 보수본색이 발현된 능동 현상인지를 가르는 것이겠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새누리당 안의 다른 듯 같은 목소리가 증좌입니다. 새누리당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최대치의 차이가 그것이라면 저 풍경은 능동 현상입니다.
새누리당은 원래 저런 정당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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