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13일자 보도에서 "박근혜의 보수 정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교육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작년 1월에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왜곡 시도를 강력히 비판해, 박근혜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자국의 고교 역사 교과서에 자신들의 정치관을 반영해 재기술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두 나라가 역사를 개정하려는 위험한 시도는 역사의 교훈을 왜곡시킬 위험이 크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는 발끈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교육부도 "박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사설에서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역사 교과서 발표로 박근혜 정부는 <뉴욕타임스>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여당은 국정 교과서를 2017년 3월에 배포라는 목표 시한까지 제시하면서 이를 밀어붙이려고 한다. 박 대통령 임기 내에 "자신들의 정치관을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또 한국 국민들에게 또 다른 가해자였던 친일파와 독재자의 역사를 미화하거나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명백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한국의 국격 추락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접한 외국인들이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 맞나'라는 의문과 더불어 '한국이 일본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라는 냉소 어린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정부·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또 하나의 친일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에 가장 반색할 사람은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화는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 통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분단 체제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남남 갈등과 이념 대결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기존 교과서를 '친북숙주'라고 망언을 일삼는 모습에서 그 징후를 읽을 수 있다.
또한 국정 교과서는 친일과 독재에 대한 서술을 줄이거나 미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높이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사이의 역사 인식의 간극은 더더욱 벌어지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의 역사 교과서를 통해 대결과 반목에서 화해와 협력의 정신을 북돋았던 것과는 상반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북한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지름길은 북한이 뭔가 문제를 일으킬 때 열릴 수 있다. 국정화 논란을 덮는 효과도 있을뿐더러,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친북이나 종북으로 몰아붙이기에 좋은 소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이러한 유혹을 갖게 되면 최근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반도 정세도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
국정화 논란은 박 대통령이 작년 2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또한 13일에는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을 "정쟁과 이념대립"으로 폄하했다.
그렇다면 앞서 소개한 <뉴욕타임스> 기사와 사설은 어떤가? 제3자의 시선과 평가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갖는데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행 비행기에서 이 신문을 꼭 읽어봤으면 하는 까닭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