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동결, 시진핑 방미 선물인가?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미국 금리 동결

2015년 9월 17일 오후 2시(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재닛 옐런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로 이번에도 미 기준 금리를 0~0.25% 선에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계의 즉각적인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방향성이 없다' '혼란스럽다' '현명한 결정이다' '아니다. 금리 인상이 정답이다' '미 연준이 이번에도 비겁하게 꽁무니를 뺀 꼴이다' '국제 경제 공조에 도움이 될 결정이다' 등 어수선한 반응이다.

이를 증명하듯 월스트리트의 3대 지수가 금리 인상 직후 상승했다가 장 마감 시간에 하락으로 반전하고 나스닥 지수만 0.1% 상승했다.

발표 하루 전날까지 미국 금융계에서는 미 연준의 결정에 대한 상반된 예측이 난무했다.

CNBC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금융 전문가의 49%가 이번 정례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예측했고, 반대로 금융 거래인이 선호하는 선물거래지수는 75%가 금리 동결을 단행할 것으로 보았다. 한편 절대 다수의 경제 전문가는 주요 경제 변수인 인플레이션과 고용 시장 분석에 기초한 미 연준의 최종 결정은 '예측 불가능하다'면서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이 똑같이 50대 50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과 단기 및 중기적 전망은 무엇이며, 또 이번 금리 동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의 암울한 경제 전망, 특히 불안정한 금융 시장(환율과 증시)의 변동성 증가와 수출 둔화가 과연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나아가 글로벌 경제 침체를 촉발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9월 14일부터 9월 19일까지 이루어졌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에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관심이 쏠렸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질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만약 미국의 기준 금리가 인상된다면 이는 9년 전인 2008년 12월 이래 처음 있는 통화 정책의 변화가 될 것입니다. 최저금리 0~0.25%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입니다. 정부, 소비자, 기업인 등 경제 행위자들의 엄청난 행동 변화와 적응을 강요하는 정책 변화가 될 개연성이 큽니다.

2) 현재 많은 나라가 최저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미국만이 금리 인상이란 역방향 정책을 쓰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3) 최근 2, 3개월 세계 경제는 초유의 금융 시장 격동과 원자재 가격의 폭락,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 상황입니다. 글로벌 경제 침체가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금리 인상은 반가운 소식은 아닙니다.

4)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국내외적으로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 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경제 이론이나 체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미국의 현실이라고 믿기 어렵습니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은 "최저금리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경제 이론은 없다. 다행히 현실에서는 이 정책이 잘 작용하고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단행은 경제 정책 면에서 큰 모험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결정을 연기하고 싶은 유혹이 클 것입니다.

전희경 :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 이론이 아직 정립된 것이 없다고 말씀 하시는데 놀라운 사실입니다.

다시 현실 문제로 넘어갑니다. 최근 2년여 동안 미 연준은 항상 '경제 지표에 의존하여'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건전한 고용 시장의 개선과 2% 안팎의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의 결정적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금리 동결도 이 두 조건이 맞지 않아서 단행된 것인가요?

박영철 : 답은 'No'입니다. 미 연준의 옐런 의장은 이번 금리 동결을 설명하면서 다음 두 가지 경제적 이유를 지적했습니다.

1) 미국 경제는 건강하다. 고용 시장의 개선은 만족스럽고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2%에 미달이지만 내년 중 목표치에 수렴할 것으로 본다.

2) 반대로 세계 경제는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브라질 등 신흥 국가의 요동치는 금융 시장과 심각한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전희경 : 우선 첫 번째 주제인 미국 경제의 현황이 과연 옐런 의장의 발표처럼 건실하고 든든한가요?

박영철 : 위 질문에 대한 미국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합니다. 일부 경제 전문가와 정치인(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니 샌더스를 포함하여)은 현 고용 시장의 여건이 금리 인상을 수용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주장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 고용 시장의 주요 지표를 짚어보겠습니다.

1) 정부 공식 실업률은 2008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 5.1% 입니다. 거의 소위 '자연 실업률'에 근접합니다.


2) 소위 '진짜 실업률'인 U6는 직업 찾기를 포기한 실업자도 포함하는데 이 수치는 아직도 10% 정도로 공식 실업률의 거의 두 배입니다.

3) 정규직을 원하는 소위 '위장 고용자'(파트타임, 계약직, 임시직)의 수가 아직도 매우 높습니다.

4) 노동 참여율이 역사상 최저치인 62.6%입니다.

5) 임금 상승은 노동 생산성 증가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6) 소득 불평등은 1979년을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희경 :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낮은, 자연 실업률에 가까운 5.1% 실업률도 금리 인상을 하기에 미흡하다면 금리 인상은 영원히 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닌가요?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문제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저도 이 정도의 실업률은 딴 조건이 부합한다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실업과 소득 불평등 문제는 다른 차원(조세와 투자 정책, 노사 문제 등)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용 시장의 현황은 양호합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취약점이 심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금리 인상과 큰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반대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로렌스 서머스, 조셉 스티글리츠 등 누구도 고용 시장의 여건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화당 존 코너 상원의원이 지난주에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실업률은 4%여야 한다'라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통상적인 경제 이론을 벗어나는 정치적 발상이라고 봅니다.

전희경 : 두 번째 조건을 보겠습니다. 미 연준의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의 조건인 인플레이션 2% 목표치는 내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발표 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요?

박영철 : 일반적인 반응은 크게 엇갈립니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장래 예측이 불가능한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락으로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이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면서 수요가 증가한다던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카르텔이 정치적인 생산 조정과 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경고합니다. 잠정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전 준비가 절실하다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저성장 기조에 빠진 선진국과 '수출 주도 경제 성장 모델'에서 탈피해야 할 기로에 서 있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당분간 원자재 가격의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좀 더 근원적인 문제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을 연계하는 논리 자체에 대한 견해차는 매우 큽니다. 하나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상관 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진영의 주장입니다. 현재 디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있지도 않은 '귀신 같은' 잠정 인플레이션이 무서워 금리를 인상한다면 큰 과오를 범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에게는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에 의미 있는 변수가 아닙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은 고용 시장의 임금 상승 압박을 알리는 최선의 경제 지표임으로 금리 인상 여부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전희경 : 미 언론계의 다수가 옐런 의장이 강력한 '비둘기'파라고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오히려 금리 인상 쪽에 기울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사실인가요?

박영철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옐런 의장은 오래 전부터 금리 인상의 두 가지 조건을 명확히 제시해 왔습니다. 인플레이션 2%와 낮은 실업률의 고용 시장입니다.

왜 이런 조건을 내걸었을까요? 옐런 의장이 소위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론의 철저한 신봉자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 관계(Trade-Off)'를 아래 차트를 보면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이 차트에서 보듯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 관계란 실업률이 높으면 인플레이션이 낮고, 반대로 실업률이 낮으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관계를 뜻합니다.

그런데 현 실업률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난 8월에 5.1%, 내년에는 4.9%까지 내려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소위 임금 상승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완전 고용' 또는 '자연 실업률' 수준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것이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 시점이라고 믿는 근거입니다. 그래서 6주 후 10월 정례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전희경 : 그렇다면 미 경제 여건은 금리 인상에 적기라는 말이 되는데, 왜 금리 동결을 선택했을까요? 물론 암울한 세계 경제와 격변하는 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리 동결 했다는 공식 입장은 제쳐놓고 말입니다.

박영철 : 미 언론이 놓친 중요한 금리 동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미 증시의 '변동성(Volatility)'이 폭등하고 월스트리트의 3대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조정 구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즉, 직전 정점에 대비하여 약 20% 정도까지 하락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한 우려가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의 주요 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미 증시의 조정 과정이 중국 증시의 폭락과는 연관성이 없고 일종의 '주가 버블'에 대한 '건전한 반응'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전희경 : 옐런 의장의 성명서 두 번째 부문입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수님은 동의하나요?

박영철 : 옐런 의장이 지적한 세계 경제의 현주소와 단기전망이 우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가? 이것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이 두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해답 없이는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을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1) 세계 경제가 이번 미 연준의 금리 동결로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2) 이번 금리 동결이 얼마 동안 지속될 것인가? 혹시라도 오는 10월까지 고작 한 달간? 아니면 1년 또는 2년?

전희경 :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과 일본, 유로 국가들의 경제성장 전망이 암울하고 이들의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신흥국(BRICs) 경제.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April 2015.

박영철 : 위 표를 보시면, 신흥국이 세계 총 GDP의 22%와 총 수출의 약 19%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성장 전망이 어둡습니다. 지난 5년간 평균 4.8% 성장에 반해 앞으로 6년(2015~2020년) 동안 겨우 3.6% 성장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세계 총무역의 전반적인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이 신흥국의 수출입이 제일 큰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이들의 수입량 둔화로 한국과 같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성장이 큰 타격을 받고 또 이들 국가의 주요 수출 항목인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GDP 성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입니다.

또 잘 아시다시피, 몇 개월 전부터 주요 국가들의 증시가 요동치고 주요 자원 수출국의 환율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문제는 이 같은 국제 경제 상황에서 이번 미 금리동결이 어떤 도움을 준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이에 대한 답은 미 금리 동결이 얼마 동안 지속되느냐에 좌우됩니다. 만약 오는 10월에 금리가 인상된다면 이번 동결 조치는 '긴 호흡을 한 번 할 정도'의 일시적인 도움에 그칠 것입니다.

전희경 : 미 연준이 1년 또는 2년 금리 동결을 해도 신흥국들에 장기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입니다. 현재 이 질문에 대한 일치된 이론이 없습니다. 저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은 미국 '국내용'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난 8년간의 '양적 완화(QE)' 정책이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개선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일종의 '땜질' 효과에 그쳤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금리 동결이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참조한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번 금리 동결이 세계 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번 미 연준의 금리 동결은 정치적인 향기가 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G2 간 공조의 상징으로 9월 22일(현지 시각)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 주석 시진핑에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판단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전희경 :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교수님은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찬성하는지요?

박영철 : 저는 지난 몇 개월간 한결같이 이 질문에 대해 같은 답을 드렸습니다.

"9월 17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의 가능성은 51%이다."

즉, '모른다'는 뜻이고 동시에 금리 인상이 되든 동결이 되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번 미 연준의 동결 결정이 별 큰 의미가 없다는 의미에서 찬성도 반대도 안 합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옐런 의장 본인도 말했듯이 언제이냐의 시기가 아니고 얼마 동안 그리고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을 하느냐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앞으로 2~3년 더 '비둘기' 통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로서는 미 경제 여건의 구조적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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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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