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서 사업하면 다 뺏긴다? 모르는 소리!

[인터뷰] 라오스 국민기업, '코라오' 설립자 오세영 회장

"한국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공산주의와 다릅니다. 실제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해하면 기회가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라오스 구직자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회사이자 라오스의 '국민 기업'이라고 불리는 '코라오'(KOLAO)를 설립한 오세영 회장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실제 사회주의 모습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11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코라오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 회장은 라오스와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정권 교체에 따라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성, 안정성이 보장된다"며 "사회 환원 사업을 잘하고 직원들과 잘 지내고 세금 꼬박꼬박 내면 이 나라에서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 오세영 코라오 그룹 회장 ⓒ프레시안

그는 지난 2010년 코라오 홀딩스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시켰을 때 한국 투자자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한국 내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 회장은 "투자자들이 '공산주의 정권이라는데 다 뺏기면 어떻게 하나' 이런 질문들을 아직도 하더라"라며 "반공 교육을 얼마나 잘 받았으면 2010년 대한민국에 있는 글로벌 투자를 한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아직도 이렇더라"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1980년대 초 중국이 수정 사회주의를 들고 나왔고 베트남에서도 '도이모이(Doi Moi)'라는 이름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했으며 라오스에도 1993년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라오스는 수정 사회주의 정도가 아니라 사유재산을 완전히 인정했다. 경제적으로는 공산주의는 1990년대에 끝난 건데 한국은 아직도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라오스가 사회주의 일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사업적인 측면에서 안정성과 지속성이 담보된다고 해도 누구나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을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 회장이 이끌고 있는 코라오는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 중개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오토바이와 트럭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으로 발전했다. 또 은행과 물류, 건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라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오 회장은 "정부의 이권 사업을 하지 않는다. 소상공인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 자기 밥그릇을 뺏어 먹으면 적이 생기는데 그러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코라오가 라오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정부 이권 사업을 따내면 일시적으로는 몇백억, 몇천억 이익을 볼 수는 있다. 이권사업 딱 하나 하고 사업을 철수한다면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이 나라에 살면서 이 나라의 기업으로 오래갈 생각이면 굳이 그렇게 정부가 이권을 주는 사업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저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사업을 한다. 이 원칙을 지키다 보니 코라오가 라오스에서 사랑받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오세영 코라오 그룹 회장 ⓒ프레시안

아세안 경제 통합, 새로운 도전 과제

라오스의 국민 기업을 이끌고 있는 오 회장에게도 녹록지 않은 당면 과제가 있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10개 연합인 아세안(ASEAN) 국가들이 경제 공동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올해 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 출범을 앞두고 있다. AEC는 상품, 서비스, 투자, 노동,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원칙으로 단일 시장을 구축하는, 이른바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이다.

오 회장은 "2015년부터 민간 품목들의 관세가 철폐되는 단계가 되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회인지 위기인지 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라오 입장에서는 라오스 인구인 700만 명에 불과했던 비즈니스를 아세안 전체인 5억 명으로 늘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은 사실인데, 과연 코라오가 가진 아이템으로 아세안 시장을 두드릴 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으로 관세가 없어지면 라오스 시장에서 그동안 리더 자리를 지켜왔던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코라오의 주력 사업들이 경쟁에 노출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위치한 코라오 그룹 본사 ⓒ코라오 그룹 홈페이지

하지만 오 시장은 "저희에게는 실제로 기회라고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오토바이 사업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가 일본 혼다인데, 코라오는 이미 이 회사와 경쟁하고 있다"며 "라오스 내에서 코라오의 오토바이 경쟁력과 유통망 등은 검증이 됐다. 시장이 개방돼서 다른 브랜드가 들어온다고 해도 더 이상 달라질 것은 없다는 판단"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12월 동남아형 오토바이 모델이 나온다"며 "오토바이가 하나의 문화라서 그 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오토바이의 생산과 조립은 베트남에서 할 계획인데, 동남아 국가들한테 관세 혜택을 보면서 역내 생산기반이 만들어지면 동남아 다른 국가에 진출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자체 생산하고 있는 '대한'이라는 트럭 브랜드 역시 라오스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만큼, 동남아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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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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