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호타이어 산재율 35배 미스터리

노조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사측과 보수언론

금호타이어 노사 갈등이 진행형이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회사 측은 지난 6일 직장 폐쇄로 맞섰다. 보수 언론은 연일 노조를 때린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은 불안정하다. 그런데 웬 파업이냐, 라는 논리다. 이른바 "배 부른 파업" 주장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때리는 언론이 외면한 사실


이런 주장에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고무를 녹여서 타이어를 만들기까지, 다양한 위험 요소가 있다. 높은 열과 위험한 화학물질이 동원되기 때문. 타이어 업체는 그래서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금호타이어는 산업재해 발생률이 동종업체인 한국타이어, 넥센 등에 비해 수십 배나 높다. 금호타이어 노조를 공격하는 보수언론은 다루지 않는 사실이다.

<프레시안>은 금호타이어 산업재해(산재)를 분석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자료를 최근 입수했다. 지난해 10월에 나온 이 자료에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이렇게 지적했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10년 동안 재해율(산업재해 발생률)이 국내 동종 업종의 타이어 제조업체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 최근 5년 간 11회(광주공장: 5회, 곡성공장: 6회) 감독을 실시하고 수시로 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지도를 하였으나 산업재해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률 35배 이상, 대체 왜?

2013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의 재해율은 각각 5.73%, 5.11%다. 반면, 같은 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재해율은 각각 0.99%, 0.74%다. 넥센은 0.16%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재해율이 넥센의 35배 이상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선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2명, 모두 4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선 지난 2010년에 한 명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심장질환, 폐암, 백혈병 등이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2010~2014년) 동안 설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회사가 돈을 아끼느라 안전 관련 설비 투자를 못했고, 그래서 산재 발생 비율이 높았다는 것.

▲ 금호타이어가 지난 6일 오전 7시를 기해 노동조합의 전면파업에 맞서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광주공장 정문 앞 풍경이다. 대형버스 9대로 입구를 완전히 차단했다. ⓒ연합뉴스


2004년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산업재해 발생률, 14.25%

하지만 의문이 든다. 금호타이어의 산재 발생률이 유독 높은 현상은, 지난 10년 간 변함이 없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게 지난 2009년 말인데,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아니, 전에는 더 높았다.

지난 2004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의 재해율은 각각 9.63%, 14.25%였다. 같은 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재해율은 각각 0.34%, 0.49%였다. 넥센은 0.22%였다. 이듬해인 지난 2005년 기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 그리고 넥센의 재해율은 각각 4.82%, 11.48%, 0.95%, 0.62%, 0.33%다.

지난 10년 간 산업재해 발생률은 이런 식이다. '금호타이어 > 한국타이어 > 넥센'. 다만 작은 변화는 있었다.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이 이 회사 광주공장보다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았다. 그런데 2012년부터 역전됐다. 지금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이 회사 곡성공장보다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다.

비교 대상 공장들의 노동자 수 역시 큰 차이가 없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넥센 공장 등의 노동자 수는 각각 2672명, 1783명, 2611명, 2546명, 2558명이다. (2014년 8월 5일 기준.)

강성 노조 탓에 산재 발생률 높게 잡힌다?

공장 규모는 비슷한데, 산재 발생률 차이는 압도적이다. 대체 왜 이럴까. 금호타이어 측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높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으면, 근골격계 질환(단순반복 작업을 오래 하면 생기는 병) 위험이 높다.

나머지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신청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노동조합이 강하다보니, 직원들이 산재 신청을 활발하게 한다. 그러니까 산재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타이어 업체 노동자들은 산재가 생겨도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논리다.

노동조합은, 한국타이어와 넥센에도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 역시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조합원 86.3%의 찬성으로 파업 안을 가결했다. 마냥 온건하기만 한 노조는 아니라는 말이다. "강성 노조 탓에 산재 신청률이 높아서 통계상 산재 발생률이 높게 잡힌다"라는 금호타이어 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사고성 재해 비율 역시 높다

근속연수가 높아서 산재가 잦다는, 회사 측 설명 역시 따져볼 대목이 많다. 산업재해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이라면, 이런 설명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실제론 다르다. 지난 2013년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2494명의 노동자가 일했다. 이 가운데 143명이 산재를 겪었다. 77명이 사고성 재해 피해자다. 1840명이 일하던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선 94명이 산재를 겪었는데, 이 가운데 51명이 사고성 재해 피해자다.

사고성 재해는 근속연수와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근속연수가 쌓여서 숙련도가 높아지면, 사고 위험이 줄어든다. 근속연수와 연관 짓는 금호타이어 측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는 대체 왜 이토록 산재가 잦은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분석한 이유는 이렇다.

"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의지 및 노력 부족 ② 설비 시설 인프라 등 투자 미흡 ③ 노사 간 공감대 형성과 실천 의지 부족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

사업주의 노력 부족은 왜 따지지 않나

첫 번째 이유가 "사업주의 의지 및 노력 부족"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요구에 따라 금호타이어 측은 '산업재해감소 세부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검토 결과 미흡한 부분이 확인"됐다는 게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지적이다.

아울러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재해 예방은 노동조합과 함께 추진할 때 효과가 증대 될 것이므로 산업재해 예방 세부 추진계획 수립 시 노동조합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여 추진계획을 작성"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 언론은 금호타이어 노동조합만 비난한다. 경영진 입장에선 이제 겨우 워크아웃 졸업했는데, 급여 올려달라는 노조가 얄미울 수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 다치고 병드는 직원 숫자가 다른 회사의 수십 배인데, 경영진의 책임은 과연 없는 건가. 보수 언론은 왜 이 대목은 빼고 이야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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