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파이를 쪼개면? 남는 건 아귀다툼"

[시사통] 9월 3일 이슈 인터뷰,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

김종배 (이하 '김'): 자, 오늘 이슈 인터뷰에서는 경제 문제, 민생 문제 이 문제들을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요즘 경제면을 보면 연일 우울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출이 부진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요, 또 어제오늘(9월 2~3일)은 2분기 경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이런 뉴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모든 지표가 하향 지표를 그리고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또 정치권에서는 성장담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건지 오늘 관점을 세우는 시간으로 꾸밀 건데요, 도움 말씀 주실 분은 저희 방송에서 '세대통'을 진행해 주셨던 희망제작소의 이원재 소장입니다. 지금 바로 연결합니다. 여보세요.

이원재 (이하 '이'): 네, 안녕하세요.

김: 네, 잘 지내셨죠?

이: 네.

김: 근데 지금 제가 수출 부진, 국민소득 감소 이 뉴스를 간단하게 제목만 뽑아서 전해드렸는데,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까?

이: 네, 지금 수출부진으로 인해서 경제가 어려움이 있다, 뭐 이런 얘기는 연초부터 간간히 나왔었는데요, 최근에 막 나온 뉴스가 국민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 그게 굉장히 큰 뉴스인 것 같습니다. 사실 약간 세별해 설명해 드릴 필요가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경제 규모를 이야기할 때 GDP(국내 총생산)이라는 개념이 있고요, GNI(국민소득)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근데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2015년 2분기 국민소득입니다. 국민소득이 2분기 수치를 봤더니, 전 분기에 비해서 0.1% 줄었다, 이게 이제 사실은 큰 뉴스고 상당히 우려를 많이 하게 만드는 그런 뉴스입니다. 이게 4년 반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를 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현재로써는 GDP(국내 총생산) 수치는 사실은 성장은 하고 있는데, 근데 이제 국민들한테 실제 소득으로 돌아가는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었다, 이런 점에서 많이 충격을 주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김: 바로 이 부분과 관련해서 질문 드릴 게 있는데요,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은 이제 한계에 왔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 네.

김: 그럼 이제 각종 경제지표, 꺾이고 있는 경제지표가 그동안에 그런 이야기, '성장중심의 경제 정책은 이제 한계가 왔다'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 저성장 시대가 오는 게 현실화된 것이죠. 성장정책의 한계, 정책 자체의 효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실제 정책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책을 어떤 정도 범위에서 할 수 있느냐, 이걸 보기 위해서 우리 환경을 봐야 되는데, 그 환경 중에서 하나인 성장세가 확실하게 둔화되고 수치 어떻게 보면 국민소득 전체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 있다, 저성장이 현실화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 논의를 시작해야 되는데 그 논의의 내용이 성장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김: 바로 그 논의와 관련해서 오늘 이원재 소장께 집중적으로 여쭈어보고 싶은 게 바로 지금부터 인데요. 정치권에서 '성장담론'이 나오는데 일단 이 이야기부터 여쭈어 보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공정성장론'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이: 저는 상당히 적절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요, 저성장이라는 게 단순히 우리가 돈을 덜 벌게 된다는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성장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 하면, 한국 사회 전체가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을 더 촉진을 할 것입니다.

김: 굳히기?

이: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금에 있는 질서가 그대로 영원히 계속 가도록 만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고속 성장을 해왔는데요. 고속성장을 하면서 사회상이 또 계속 변해 왔잖습니까?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기업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사업들이 글로벌기업들이 되기도 하고 벤처기업들이 성장하기도 하고 정권도 이리저리 바뀌기도 하고요. 사실은 벤처 붐이 일고 이러면서 재산이 원래 없던 분들이 굉장히 부자가 되기도 하고.

김: 그렇죠.

이: 이런 일들이 사실 역동적으로 일어났단 말이죠. 그것은 성장률하고 사실을 관련이 있습니다. 사회가 빠르게 경제 성장이 일어날 때는요,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이 생기면서 기존의 질서를 녹이거나 무너뜨리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그렇죠.

이: 그런데 저성장 시대가 되면요, 사실은 이 상태에서 좀 안정시키자는 기조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고요, 이렇게 되면 현재 가진 사람들이 그대로 갖고 못 가진 사람들이 못 갖고 있고 현재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돈을 가지고 있는 이런 분들이 지금의 질서를 그대로 굳힐 수 있게 만들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아마 안철수 의원이 '공정성장론'을 제기했을 때는 안철수 의원만 공정성을 강조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 공정성이라는 측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이는 데요. 기존의 한국사회가 이렇게 굳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공정성이나 공평성 뭐 평등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같은 세대 청년세대의 경우에 대졸자가 같은 세대 중에 75%나 되는 그런 사회 아닙니까? 상당히 동질성이 높은 굉장히 능력이 비슷한 어떻게 보면 그런 사회란 말이죠.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부모로부터 뭔가를 물려받지 않으면 사업을 해서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재벌은 재벌의 아들·딸로만 태어나야 재벌이 되는 것이고 이렇게 구조가 돼 가고 있는데요. 이걸 깨트리려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경쟁을 해서 위로 올라갈 수 있어야 된다. 이 이야기를 하는 그런 담론이라고 저는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굳히기를 좀 막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좀 집약된 생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공정성장론'의 핵심 내용이 뭡니까?

이: '공장성장론'은 제가 이제 사실 그 담론을 만든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아주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지금까지 공정성과 관련해서 학계에서 전문가들이 쭉 이야기해온 것에 미루어서 안철수 의원이 발언한 것과 종합해서 생각해 볼 때 기본적으로는 시장의 경쟁의 룰을 좀 더 엄격하고 명확하게 강화시켜야 된다, 이게 이제 핵심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이제 굉장히 오랜 이야기입니다만,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종속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장해서 대기업이 될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이 이야기가 굉장히 핵심적인 이야기인 것 같고요, 그렇게 해야 작은 기업들이 성장해서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투자도 하고 고용도 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일자리,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서 거기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라든지 이런 새로운 것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김: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에는 문재인 대표 같은 경우 '소득주도성장론'을 이미 제기를 해 놓은 상태 아니겠습니까?

이: 네.

김: 이거에 대해서 이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쪼개는 차원밖에 안 된다, 라고 하면서 자기의 '공정성장론'과 비교를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두 주장이 각을 세우면서 비교를 할 만큼 다른 것입니까?

이: 저는 방향은 다르고요, 우선순위가 좀 다른 것이죠. 우선순위가 다른 점을 강조했지만 저는 두 가지가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제 생각에는 공정한 성장을 하기 위한 환경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봅니다. 뭐냐 하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뭔가 투자를 해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소득이 있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면 중소기업이나 내수의 유통업 작은 곳들이 성장을 하기 위해서 수입을 얻으려면 소비자들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문재인 대표의 이야기는 그러면 우리 저소득층이나 임금이 낮은 저임금 노동자들이나 어려운 분들을 중심으로 소득을 높여주면 이분들이 소비를 많이 하지 않겠느냐, 왜냐하면 소비성향이 아무래도 저소득층에서 아무래도 높으니까요. 그러면 이분들이 소비를 하면서 소비되기 위한 물건을 판매하거나 생산하는 작은 생산자들이나 유통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지 않겠냐, 기본적으로는 이런 프레임 아래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을 높여주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요, 소득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은 '공정성장론'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고 환경이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국가가 정책으로 뭔가를 할 때에는 우선순위에 차이는 있을 수 있겠죠. 어떤 쪽에 더 중점을 두느냐, 이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지금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같은 계열에서 이걸 비교평가한다면 어떻게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이: 저는 일단 뭘 개혁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론에 드러난 것으로 보면 보통 해고를 좀 쉽게 한다.

김: 임금피크제 도입하고 일반 해고요건 완화하고….

이: 일반 해고요건 완화하고. 이것이 뭔가 노동개혁이라는 이야기가 붙지만 거대한 것은 아니 것 같은데, 어찌 되었던 간에 이렇게 나타난 두 가지를 보면요. 일반 해고요건 강화는 저성과자 해고하고 관련된 것이고요,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가까워진 노동자와 관련된 것입니다.

김: 그렇죠.

이: 저는 이건 분명히 파이 쪼개기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소득 분균형이일어나는 곳은 최근 10년~ 20년 통계를 놓고 보면, 가계와 기업 사이의 소득 불균형이 가장 크거든요? 기업 소득은 계속 늘어나는데 가계소득은 부진한 이런 게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고 그게 이제 '소득주도성장론'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계소득 내에서 고소득자의 소득을 좀 허물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파이 쪼개기가 맞고 이게 성장에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임금피크제' 같은 경우에는 정년이 법적으로 보장되게 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이건 성장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이건 공정성을 위해서 그런 것인데 지금 청년들이 얼마나 분노를 하고 있습니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정말 고생을 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사실은 임금피크제를 아주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래서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에서 '임금피크제'를 밀고 있는 것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정치적인 데 이유가 사실은 있는 것이죠. 이것 자체가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이 마음은 청년들의 마음은 잘 읽을 필요가 사실은 있어요. 그리고 지금 뭐냐 하면 청년들은 어차피 지금 저성과를 평가를 받고 상당수의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요. 정년까지 일할 것이라는 기대를 거의 안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정년에 가까운 임금이 높은 분들이 정년이 연장됐는데 정년이 연장됨에 따라 임금을 더 받게 된다면 그건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은 정년을 법제화한 것부터가 올바른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년이 법제화된 지금 상황에서 사실 청년들 정서에는 맞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김: 근데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세트로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정권의 이야기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지적을 하잖아요.

이: 그건 거짓말입니다. 그건 연결이 안 돼요. 연결이 안 되고 청년들도 그것을 알고 있어요. 최근에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에서 한 조사 결과를 보니깐 청년들만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임금피크제'를 70%가 지지를 하고 그런데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가 연결돼 있다고 믿는 사람은 30%도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깐 이것은 어떤 성장이나 실력에 관련된 문제인 것은 아니고요. 그게 아니라 실제로 공정한 게 뭐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고용을 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냐, 이것에 대한 논쟁이라고 보고요, 기본적으로는 직무급여 활성화 되어야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이 사실 정당하고 공정한 것이고. 지금 많은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연 공급처럼 나이가 들수록 임금을 더 주는 방식은 이제는 더 이상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가 됐죠. 그런 부분은 좀 생각하면서 예를 들면 야당이나 진보 개혁진영에서 그런 점을 감안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정리를 좀 하자면 저성장 시대에서 파이는 줄어들고 있는데 이 파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어서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이라는 이름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파이 쪼개기'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고요. '소득주도성장론'이나, '공정성장론' 같은 경우에는 어차피 줄어드는 파이를 계속 쪼개면 그건 어차피 아귀다툼밖에 안 되고 그럼 어떻게 키울 것이냐, 이 차원에서 접근이다, 이렇게 대별해서 보면 되는 것입니까?

이: 네, 맞습니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론'은 성장의 기반이 되는 환경을 강조한 것이고 '공정 성장론'은 실제 성장을 해야 하는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주체가 되는 기업과 투자자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 거기에 강조점을 둔 패러다임이다, 전 이렇게 봅니다.

김: 알겠습니다. 이제 정치권에서 화두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어떤 정치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게 대중적으로 운이 되고 태도가 결정될지 지켜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이: 감사합니다.

김: 지금까지 희망제작소의 이원재 소장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 인터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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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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