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 연구자 한서승희 씨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유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정작 읽을 만한 기사는 많지 않다는 것. 협동조합 형태의 언론이라면,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진실을 전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그가 기대하는 좋은 매체는, "(기사 소재를) 신중히 선택하고 상세하게 전달하는" 언론이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협동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는 한국입양학연구회 회원이다. 지난 2013년까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Korean Unwed Mothers Support Network)에서 활동했다. 한국의 미혼모와 입양이라는 문제에 대해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하고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의 약 90%가 미혼모의 자녀다. 이를 놓고, 미혼모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건 잘못이다. 한국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기르려면, 이른바 '정상가족'은 겪지 않는 숱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다.
한국은 해외 입양을 유난히 많이 한다. 전쟁 이후 오랫동안 세계 1위였다. 지금은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다음 순위다. 한국의 경제 및 문화 수준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든 지표다. 왜 이럴까. 한서승희 씨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하나는 '낙인'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활동가 시절, 자원 활동 하러 온 외국인들에게 '미혼모(unwed mom)'와 '싱글맘(single mom)'의 차이를 묻곤 했다. 대부분 차이가 없다고 대답한다. 과연 그런가. '미혼모'는 엄마의 결혼 상태에 방점을 찍은 단어다. 반면, '싱글맘' 또는 '싱글 대디(single daddy)'는 자녀와 부모의 동거 관계에 방점을 찍는다. 한국에선 '미혼모'라는 단어가 아직도 쓰인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한 '낙인'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너무 쉽게 해외 입양을 고려하는 관행이다.
"입양 관련 국제 협약은 결코 입양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 우리 사회에선 자기가 낳은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이에 대해 적극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물론, 해외 입양이 아니라면, 당장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무엇이냐고 할 게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과연 없는가."
한서승희 씨를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그는 <프레시안>의 해외 입양 관련 보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한국 언론은 대부분 막연한 정서에 호소하는 편인데, 한 겹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글이 많았다는 것. 이런 글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가 보기에, 한국 언론은 독자를 '조종'하려 든다. 감성을 자극해서 몰아간다는 말이다. <프레시안>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면, 조합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언론이라면, 그래서 오직 진실만 바라보는 언론이라면, 독자를 굳이 조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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