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청년 배당,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

[기고] 성남시 청년 배당, 청년과 사회의 새로운 연대

경기도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이 '2015 기본 소득 학술 대회'에 참석해 성남시에서 '청년 배당'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소지가 성남인 모든 청년에게 노동과 무관한 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해당 정책을 구체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 빠르면 올해 말부터 청년 배당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형편과 무관하게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배당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까닭에,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급 대상과 액수, 지급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연령을 기준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긴 하지만, 이재명 시장이 언급한 청년 배당 정책은 '기본 소득'을 배경으로 한다. 기본 소득(Basic income)이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으로서, 기존 복지의 직접적인 현금 부조와 대상을 행정적 기준으로 선별하지 않는 무조건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기본 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정책 실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정책 실험은 정책의 종적 횡적 확산을 이끌 수 있으므로, 전국적 기본 소득 정책의 수립을 위해 성남시의 청년 배당 정책은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

지금은 성장이 멈춘 시대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는 이미 저성장 시대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13년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기록하고, 그해 4분기에는 0.9%로 떨어지면서 이후 0%대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의 1분기에는 0.9%, 2분기에는 0.5%, 3분기에 0.9%, 4분기에 0.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5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분기에 0.9%를 기록했지만, 2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와 2015년 메르스 등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변수가 있었다고 평가하지만, 사실 세월호와 메르스는 맹목적인 성장 시대의 결과물로서 변수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시대와 함께 가는 상수에 가깝다. 저성장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은 뭐니 뭐니 해도 고용 시장이다. 고용 불안이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고용 불안이 만드는 소득의 불안은 다시 경기를 불안하게 한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동시에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다.

고용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 임금 노동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사회,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전통적 경제 성장 패러다임 속에서 현재의 저성장 시대를 비극적 상황으로 이해하는 태도를 넘어, 사회를 지속하게 할 새로운 사회 기획에 임해야 한다. 생태사회주의자 앙드레 고르의 조언처럼 미래 사회를 구성할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가치를 생산하는 능력과 그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논의에는 익숙하지만, 생산을 배분하는 능력과 정당한 배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논의에는 익숙하지 않다. 기본 소득은 우리 사회가 매우 취약한 정당한 배분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다. 기본 소득은 이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생산력과 부의 정도, 그리고 그 부를 배분하는 방식인 임금 노동과 선별적 복지 시스템에 문제를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해 '조건 없이 보장되는 소득'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기본 소득은 저성장 사회와 그것이 가져온 고용 불안과 소득 불안에 대한 해법이면서, 경제적 권리의 균등한 배분을 통해 정체된 경제를 순환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추가로 기본 소득은 토지와 물, 에너지와 같이 공유재로서의 성격이 명백하지만, 철저히 사유화된 것들을 공공의 자산으로 만드려는 기획을 포함하기도 한다. 특정한 개인들의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사유화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공유재로부터 얻은 이익을 시민에게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기본 소득은 '시민 배당'으로 개념화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시민 배당으로서의 기본 소득은 저성장 시대를 돌파해 새로운 사회적 계약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길을 제시한다.

▲지난 7월 6일 녹색당과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전국 투어팀이 제주를 방문했다. ⓒ기본 소득 전국투어팀

새롭게 정치적 시민을 초대하라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보편적 기본 소득의 가장 큰 차이는 수혜자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성남시는 연령을 기준(구체적인 기준은 진행 중인 정책 연구를 통해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으로 청년기의 시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노인층이나 유아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존 복지 정책의 청년 버전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인상은 노동 기회나 소득에서 매우 취약한 청년층을 하나의 계급으로 이해하는 담론에 기반을 둔다. 또한 이러한 이해는 노동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 세대가 저성장과 불황이 만연한 시대에 비숙련 노동 분야를 전전하며 매우 불안정한 삶을 산다는 통찰에서 오는 것으로 청년을 위한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프레시안>에 게재된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의 글 역시 성남시 청년 배당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정책으로 이해한다(☞관련 기사 : "이재명의 청년 배당, 청년이 바로 시민이다"). 이 글에서 그는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고, 이는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같이 청년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글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시민 중에 청년이 청년 배당과 같은 구체적 정책으로 시민권을 보장받아야 할 정당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청년 정책을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용한 T. H. 마셜은 시민들이 자신의 복지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의 일반적 시민권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학자다.)

이러한 아쉬움은 근본적으로 청년을 다른 사회 계층과 구별되는 특별한 취약 계층 혹은 다른 사회 계층보다 더 취약한 계층으로 정의하는 데서 오는 곤경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기존 복지 예산 내에서 보다 필요한 수혜자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기존 선별적 복지 패러다임에 대한 선호 등으로 나타나는데, 그러한 전통적인 정체성의 정치 패러다임 속에서는 장기적 정책 전환보다 오히려 기존 복지 수혜자(이를테면 노인층)들과의 즉각적 수혜 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 청년 정책을 언급하는 것이 선별 복지에 대한 선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년 배당 정책을 일반적 시민권을 확장하는 마중물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우려스럽다.

위와 같은 곤경의 원인은 청년 배당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향한 요소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절박하게 찾는 세대이다. 청년 배당이 제시하는 청년 정책의 핵심 의미는 미래 사회를 책임질 청년 세대가 스스로의 삶과 사회를 적극적으로 설계할 기회를 구체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경제 세계의 주변부로 밀려난 청년의 진입 권리를 보장하자는 차원을 넘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경제위기, 기계화, 기후 변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응할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시민적 공간을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를 제시하는 것이다. 청년 배당 실험을 통해 이어져야 하는 정책 토론은 청년 세대로 상징되는 미래의 시민이 진입할 그 사회, 그 자체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의 불안정한 노동으로 삶을 위협받는 계층은 청년뿐만은 아니다. 그러나 생애 단 한 번도 낙관적 성장과 안정적인 노동과 소득, 시민적 권리를 누려본 적 없는 청년 세대는 쉽게 사회에서 이탈하거나, 소속감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 쉽다. 사회와 정치 공간에서 청년이 보이는 무력함은 애당초 청년 세대가 이 사회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거나, 생애 속에서 이 사회와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이렇게 상호 신뢰가 매우 취약한 청년과 사회의 관계 위에서 이 사회는 역설적으로 그 청년 세대에게 미래를 부탁해야 한다. 우리가 성남시의 청년 배당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역설적 상황에 놓인 청년 세대와 한국 사회가 신뢰를 기반으로 새롭게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이후 이 사회의 제도가 보편적 시민들과 맺을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환 사회가 가능하다는 증언이 필요하다

생태사회주의자 앙드레 고르는 그의 책 <에콜로지카>(갈라파고스 펴냄)에서 사회적, 정치적 공간에서 공공의 논의가 발생할 수 있는 기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태 사회적 정치의 핵심은 노동 시간과 상관없는,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 자체와도 아무 상관없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데 있다. 생태학적 의미에서 생활 환경의 보존, 생활 세계의 재구성이 요구하는 바는, 생활이나 환경이 돈벌이 경제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 경제적 합리성이 적용되지 않는 활동 영역이 온 사회에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가 구축되는 전환적 사회의 실험이 더 많이 필요하다. 성남시가 청년 배당을 실시한다면, 청년 배당을 실시한 지역에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어떻게 증가하는지 확인해보자. 내년부터 매년 실시될 선거에서 청년 투표율이 그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서 청년의 참여 증가율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표는 두 가지 지점에서 심도 있게 분석되고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무조건적 시민 배당을 받은 청년이 기존의 파국적 사회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둘째, 우리 사회가 보편적 기본 소득과 같은 무조건적 재분배 방식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두 가지 지점 모두 이 사회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방향키이다.

청년 배당이 이른바 '청년 정체성'을 강조하고, 삭제되었던 권리를 요청하는 정치에 머무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저성장 시대를 지속 가능한 전환적 시스템으로 준비하는 정책 실험이어야 하고, 이 실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 전체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적 연대로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정책을 평가하는 방향과 지표의 우선순위는 미래 사회에 대한 디자인으로서의 기본 소득의 유효성에 두어야 맞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 정책을 응원한다. 이 정책 실험이 새로운 사회, 전환 사회는 가능하다는 증언이 되기를 바란다.

(이태영 녹색당 서울시당 정책위원장은 신촌민회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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