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한국노총 당기기'…18일 분수령

공공부문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 제시…기간제 기한 연장엔 "미봉책"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내걸고 36일째 천막 농성 중인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논의 재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를 연달아 꺼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재참여 내부 논의일을 하루 앞두고,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과 별도로 공공기관 임금 피크제 도입을 논의할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제안이 18일 열릴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16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임금 피크제는 노동 시장 개혁과 별도로 원 포인트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노총의 앞선 요구사항이었던 '공공부문발전위원회(이른바 공발위)에서의 논의'와 접점이 있는 제안이다.

재작년 12월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 사태 이후 노사정위 참여를 중단했던 한국노총은, 이후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구호 삼아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을 압박해 나가자 공발위 신설을 조건으로 지난해 8월 노사정위를 복귀했다.

공발위는 그러나 노동계의 대화 촉구에도 정부의 일관된 무시와 일방적 정책 발표로 애초 취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공발위 논의가 한창이던 올해 1월 18일, 공발위의 한 구성 축이기도 했던 기획재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돌연 발표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노총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하게 반발했고, 노사정위는 2차 방안 발표 이틀 후 긴급 간사회의를 소집해 '공발위에서 합리적 대안을 만들고 있으니 기재부도 협력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항의 공문을 발송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앞선 상황이 이랬던지라, 김 위원장이 이날 제시한 '원 포인트 협의체' 구성이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 재참여 '불가' 입장이 강경한 편인 한국노총 내 금속노련과 공공연맹, 금융노조 가운데 '약한 고리'로 회자되는 공공연맹을 일단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중집 논의에서 강경파 중 일부가 노사정위 재참여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게끔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국노총 산하 조직에선 이날에도 '노사정위 반대' 입장이 분출했다.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등 한국노총 일부 관계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노사정위에서 어떻게 노동계와 (사회) 전체를 위한 안이 나올 수 있겠나"라며 "국회 내 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오는 22일 전국 노동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기도 하다.

▲ 왼쪽부터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은 지난해 7월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시작에 앞서 이들이 악수를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김대환 "선심 쓰듯 정책 발표해 가슴이 녹아내린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와 정치권 간담회 등 자리를 가리지 않고 노사정위 재가동을 위한 제 목소리를 내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밀어붙이기' 식 노동 개편을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쉬운 해고 및 고용 유연성 강화가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거듭해서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17일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 강화 포럼(주관 윤상현 의원)'에서는 "솔직히 말하겠다"면서 "(정부가) 노동 개혁 지원과 관련해서 하나씩 미리 발표하는 통에 줄 것은 미리 다 줘버리고 나서 까다롭고 어려운 것만 가지고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정부 (국무)위원들에게 발표하기 전에 노사정위원장과 상의를 하라고 말씀을 하셨는데도 (정부가) 그냥 선심 쓰듯이 발표하는 통에 제 가슴이 녹아내린다"는 말도 내뱉었다.

노사정위 재가동은 물론, 향후 도출해야 할 '협상의 결과물'도 고려해야 하는 노사정위원장으로서는 정부가 '생색내기' 식으로 일부 정책을 발표해 버리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이날 콕 집어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제시한 실업급여 확대 정책이 대표 사례가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정부-여당의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과 일반 해고 요건 완화를 통한 고용 유연성 제고 시도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정부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기간제 사용 기한을 현행 2년에서 2년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주 미봉책이다. 누더기에 누더기를 덧씌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초에 고용노동부에서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려 했을 때 제가 월권에 가까울 정도로 나서서 정부의 발표를 막았었다"면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로 비정규직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에 대해 "(정부가) 부분적 이슈를 가장 중요한 것처럼 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수량적 유연화보다는 임금 체계 개편, 전환 배치 등 기능적 유연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노동계 달래기'가 목표한 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의 18일 결정과는 별개로 정부 또한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에 대한 강한 추진 입장을 내비쳐 왔기 때문이다.

한편, 노사정위와 정부는 김대환 위원장이 지난 11일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을 만나 '한국노총의 두 가지 핵심 반대 의제(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중장기 과제로 전환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정부가 두 가지 의제를 장기 과제로 돌리는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노사정 간 논의 의제를 정하는 문제는 '선복귀 후논의'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해명 자료를 냈다.

노사정위 또한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대환 위원장은 지난 7일 복귀 기자 간담회 시 밝힌 대로 '노사정 동의가 있을 때, 중재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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