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황금알 낳는 거위' 면세점을 다시 가져간다면?

[기자의 눈] 면세점 심사 유출설이 보여준 증권가 민낯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난 7월 10일 발표된 서울 면세점 추가 선정 결과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금융 당국과 관세청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감시위원회 복수 관계자들은 면세점 선정 결과가 미리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돼 있는 종목을 거래한 계좌를 모두 뒤져봤으나, 자금 흐름에 특이점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과 세무 당국이 아직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사전 정보 유출에 의한 주가 변동 의혹은 시장감시위원회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감시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금융 당국 등의 추가 조사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감시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사전 정보 유출설은 증권가와 대중 매체들의 쇼"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증권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퍼뜨린 '사전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서 면세점 입찰 심사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시에도 "찌라시 수준 음모론에 당국이 조사까지 해야 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다"는 말들이 나왔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주가 변동의 원인을 자기들 입맛대로 규정하는 대중 매체들까지 덩달아 움직여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최근 위안화의 기습적인 평가 절하 조치로 코스피가 1970선까지 떨어지자 "위안화 쇼크 때문"이라던 주요 매체들이 13일에 불과 7.99포인트(0.40%) 코스피 지수가 오르자 금세 "위안화 충격 완화"라고 진단하는 수준의 언론들의 증시 보도 행태가 "음모론 확성기 노릇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특혜 사업권인 면세점 심사 요건과 그룹 차원의 움직임 등을 꼼꼼히 분석한 투자자들이라면 입찰 경쟁에 나선 재벌 그룹의 사세 규모만 따지는 식의 전망에 의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심사 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심사 발표 당일 오전부터 급등세를 보여,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집중된 종목이 되었지만, 이 종목은 원래부터 소액 주주 지분이 15%도 되지 않고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종목이기 때문에 주가 변동이 특히 심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 관계자들도 당일 오전에 심사 평가 집계가 시작되고 증시가 마감된 오후 3시가 넘어서 심사 결과의 윤곽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심사 결과가 사전에 유출될 수 있느냐면서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연말 롯데면세점 재심사 통과하면 놀랄 일


사실 추가 선정되는 서울 면세점 두 곳 중 한 곳이 HDC신라면세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지배적이었다.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은 한화갤러리아에 집중됐다. 어떻게 한화갤러리아가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정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심사 기준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오히려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선정되는 것이 "특혜설"이 나올 만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상태였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실도 있다.

관세법 시행령 제192조의 3에는 '관세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나 명령 등의 위반 여부'를 면세점 특허 심사의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관세 관계 법령에는 관세법을 포함해 대외무역법과 외국환거래법이 포함된다. 세계 관세기구 수출입 안전 관리 우수 기업 인증 기준인 AEO에도 외국환거래법과 대외무역법 등 무역관련 법령 위반여부를 공인 결격 사유로 꼽고 있다.

신세계 그룹의 경우, 이미 올해 초부터 오너인 정용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비자금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국세청이 특별 세무 조사 끝에 이마트 부문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거액의 차명 주식들을 보유하고 이를 현금화해 정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런 심사 기준이 관철된다면 올해말 5년의 특허 기간이 끝나는 롯데 면세점 두 곳이 다른 업체들의 차지가 될 것이 유력해진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1년 검찰 조사에서 한국은행에 신고 없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703억 원 규모 외화 채무 보증을 섰고, 모스크바법인의 채무 66억원을 대신 변제해주고도 대금을 회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검찰 고발 조치된 전력이 있다.

또 관세청의 '7대 심사 기준'에 속하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와 중견 기업 간의 상생 협력을 위한 노력 정도에서 롯데그룹은 '최악의 재벌 그룹'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롯데그룹 총수 일가들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친일 반민족 기업'이라는 국민적 반감이 급증한 상태이기 때문에 롯데면세점 특허가 재심사를 통과하면 놀랄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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