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녹조라떼, 신곡수중보 철거가 답

[함께 사는 길] 고인 물은 썩기 마련

여름철 하천에 녹조가 발생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한강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진 것도 몇 차례 된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는 충격적이다. 6월 27일과 28일 방화대교~신곡수중보 구간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한 이후, 한강 녹조는 수치로도 연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 30일 행주대교~양화대교 구간에 첫 조류경보를 발령하고, 1주일 만인 7월 7일 한강 잠실수중보 하류 구간 전체에 조류경보가 확산됐다. 같은 날 잠실수중보 상류 구간에도 조류주의보가 발생했다. 7월 12일과 13일 태풍 찬홈과 함께 내린 비로 조류 수치는 낮아졌으나, 조류경보를 해제할 만큼은 아니었다.

▲ 녹조라떼가 되어버린 한강. ⓒ김동언

신곡수중보에서 시작된 한강 녹조


서울시는 조류가 발생하기 전인 6월 24일부터 조류경보제와 냄새경보제 운영을 강화하는 '한강 조류 관리 대책'을 발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창궐하는 녹조를 막을 순 없었다.

일반적으로 녹조는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나,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는 특이하게도 신곡수중보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확산됐다. 6월 30일에 발령한 조류경보는 양화대교까지였으나, 7월 3일 동작대교, 7월 7일 잠실대교까지 확대 발령됐다. 특히 한강~홍제천 합류구간과 한강~안양천 합류 구간은 정체 구간을 형성해 녹조가 확산되고, 바닷물의 영향으로 지천 상류까지 녹조가 밀려 올라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곡수중보가 한강 녹조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물론 6월 17일 이후 팔당댐 방류량이 감소한 점, 지난 6월 26일 20밀리미터(㎖) 초기 빗물이 오염 물질과 함께 한강으로 직접 유입된 점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물 흐름을 막아온 신곡수중보가 녹조 발생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녹조 사태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태풍과 많은 양의 비를 기다릴 뿐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팔당댐 상류에 강정보·이포보·여주보를 건설해 수량을 많이 확보했지만, 이번 녹조 사태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비가 얼마나 올지 알 수 없고 농업용수 등을 확보해야 한다며 물을 가둬놓고 최소한만 흘려보냈다. 서울시는 녹조 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류의 영양 물질인 질소·인 등을 줄이기 위한 물재생센터 총인 처리 시설을 2019년까지 갖추고, 2024년까지 초기 빗물 처리 시설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물을 가둬놓고 인공 시설을 추가한들 수질이 얼마나 더 깨끗해질 수 있을까?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발생한 일을 또 다른 인공 시설로 해결하려 하니,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 한강에서 발견된 물고기 사체. ⓒ김동언

신곡수중보 대신 더 나은 한강을


결국 자연을 거스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신곡수중보를 철거하고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녹조 냄새가 역하게 올라오는데도, 시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돗자리를 펴고 쉬기도 한다. 수상스키,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도 있다. 녹조가 꺼림칙하긴 하지만, 도시인들에게 한강 변만 한 쉼터가 없기 때문이다. 남조류는 독소가 있어 물고기를 폐사시키고, 사람의 경우 간 질환,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고 하니,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녹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녹조는 한 번 자리 잡으면 해마다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낙동강 녹조는 2012년 4대강 사업으로 물길이 막힌 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녹조 사태를 위한 해법으로, 보문을 순차적으로 열어 순식간에 많은 물을 흘려보내는 '펄스 방류'를 도입했다. 6월 16일에 이어 7월 6일 낙동강 하류 강정고령보~창녕함안보 구간에 펄스 방류를 실시해 녹조를 진정시켜 보려 했으나,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가 펄스 방류를 하나의 방안으로 채택한 것은 스스로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시적 방류로 해결을 못한다면, 남은 방법은 상시로 방류하는 것이다.

신곡수중보는 30년 가까이 한강의 흐름을 막아왔다. 신곡수중보가 4계절의 변화에도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했으나, 최근 일어난 끈벌레의 출현, 상괭이의 죽음, 녹조 사태 등 잇따른 환경 재앙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신곡수중보 철거에 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왔다.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면, 바닷물과 민물이 어우러져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질 것이다. 강변에 발라놓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모래톱과 여울을 복원하면, 수질도 깨끗해질 것이다. 주차장을 줄이고 나무를 심자. 자연성이 되살아난 한강은 시민들에게 더 좋은 휴식처가 될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돌아올 것이다.

▲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6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 행주나루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강 하류의 녹조현상의 원인으로 신곡수중보를 지목하고 철거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동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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