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이사장-김정은 위원장 면담 불발…왜?

친서도 없는 것으로 보여…개인적·인도적 방문에 그친 것으로 관측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 4일 간의 북한 방문을 마쳤다.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면담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일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로 복귀한 이희호 이사장은 "이번 방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려로 가능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으로 편안하고 뜻있는 여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민간 신분인 저는 어떠한 공식 임무도 부여받지 않았다"면서 남북 당국 간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은 본인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나 6.15 정신을 기리고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8일 김포공항을 통해 서올에 도착한 이후 취재진을 상대로 방북 관련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친서를 보내 이 이사장을 초청한 만큼, 양측 간 면담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번 방북 수행단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의 친서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평화센터 관계자는 "오늘은 이 여사님이 말씀하신 것이 전부"라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방북단은 김 제1위원장뿐만 아니라 북한의 고위 인사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 담당 비서이자 이번 방북을 주관했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방북 기간 중 만찬이나 오찬 등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에서는 대신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내보냈다. 맹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입국을 영접했고 방북 기간 중 만찬에 참석했으며 이날 출국 때도 이 이사장을 배웅했다.

김 제1위원장과 면담도, 그의 친서도 없었다면 사실상 이번 방북은 인도적 지원과 묘향산 관광이 결합된 개인적인 방북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직접 이 이사장에게 친서를 보내 초청을 하는 형식을 취했음에도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면, "이번 방북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이 이사장의 뜻도 당분간 관철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제1위원장과 북한이 이 이사장의 방북에 이렇듯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우선 남한 정부가 이 이사장의 손에 들려 보낼 메시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김 제1위원장이나 김양건 통전부장이 굳이 이 이사장을 대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방북단에 6.15 남북공동선언을 만들었던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주요 인사들이 모두 빠져있다는 점도 북한 지도부를 움직이지 않게 만든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이른바 '메신저'가 없다고 판단, 별다른 입장 전달을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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