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만 원 받는 알래스카 주민, 제주는 왜?

[함께 사는 돈 탐방기] 제주도, 도민 배당이 가능한 이유

<프레시안>과 녹색당,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는 '함께 사는 돈 탐방기'라는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각자 생존'의 시대라고 합니다.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수준인 48.1%에 달하고, 체감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이런 현실의 반영입니다.

그래서 이 기획에서는 우리 사회의 소득 실태에 대해 진단하고, 지역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안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각자 생존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기본소득을 주제로 전국을 돌아보자는 얘기가 현실로 되어 '기본소득 전국투어'를 나서게 되었다.

6일 녹색당과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전국 투어팀은 첫 번째 방문지인 제주로 갔다. 제주는 현재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제주도 동북쪽의 알려지지 않았던 바닷가인 '월정리'는 이제 '제주의 홍대 앞'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땅값이 평당 1000만 원을 넘어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한 이후, 제주에 몰려든 중국자본으로 인해 제주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제주에서 기본소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제주에 오면서 미국 알래스카주를 떠올렸다. 알래스카는 미국본토와는 분리되어 있는 땅이다. 인구 73만 명(2014년 기준) 남짓으로, 인구 60만 명인 제주와 비슷한 규모이다. 알래스카주는 지역의 공유자원을 활용해 모든 주민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지급하는 배당금 규모는 2014년에 1,884달러로,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212만 원이었다. 1인당 금액이기 때문에 4인 가족으로 치면 우리 돈 848만 원에 달한다. 이 돈은 알래스카 주 정부가 모든 주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돈이다. 석유라는 공유자원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석유수입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그 운용수익을 모두에게 배당금으로 주는 것이다.

지하수, 바람 등은 제주도민 모두의 것

▲ 가시리 풍력. ⓒ기본소득 전국투어팀
제주도는 석유는 없지만, 많은 공유자원이 있는 곳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환경, 지하수, 바람 등등은 제주도에 사는 모두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유자원에서 알래스카주처럼 배당받을 수는 없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주공항에 내려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조랑말 체험공원'으로 갔다.

'조랑말 체험공원'의 지금종 관장은 서울의 시민단체(문화연대) 사무처장 출신이다. 6년 전 제주에 내려온 그가 자리 잡은 가시리는 200만 평이나 되는 마을공동목장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제주의 많은 공동목장은 지금 골프장 등으로 뒤바뀌었지만, 가시리는 마을의 공동목장을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다.

넓은 목장에 풍력발전기가 눈에 띈다. 제주에너지공사, SK D&D에서 설치한 풍력발전기다. 풍력발전회사들은 매년 가시리 마을로 9~10억 원을 토지사용료 명목으로 낸다고 한다. 처음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마을과 그렇게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궁금했다.

"풍력발전기에서 들어오는 돈은 주민들의 복지, 장학금 등으로 쓰이는데, 그 중에 일부는 모든 가구에 월 2만 원씩 전기요금 보조 형식으로 나눠집니다."

규모는 작지만, 알래스카의 사례와 유사해 보이는 이야기였다. 바람이라는 공유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든 주민에게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시리의 전체 가구가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450여 가구 정도라는 답이 돌아온다. 450가구 × 2만 원이면 월 900만 원이고, 1년에 1억 남짓한 돈이다.

가시리 원주민이 아닌 귀농‧귀촌가구에도 지급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기본소득의 요건 중에 하나인 '무조건성'을 갖추고 있었다. 요즘에는 주로 공동체 내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는 지금종 관장과 얘기를 마치고 나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민간기업의 이윤추구에 파괴되는 제주도

사실 풍력발전은 육지에서도 논란거리이고, 제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민간기업들이 이윤 추구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풍력발전을 추진하면서 산이 깎여 나가고 숲이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주거지 가까운 곳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서 소음피해, 저주파 피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 풍력발전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환경규제가 이뤄지고 지역주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전제되는 덴마크나 독일의 풍력발전 방식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가시리는 주거지가 아닌 공동목장 지역인 데다가 지역주민들의 동의 속에 풍력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사례이다. 물론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제주의 경관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제주에서 풍력발전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최소한 풍력발전을 통해 나오는 수익이 제주도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넓어지고 있는 듯하다. 가시리는 그것을 부분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사례이다.

제주에는 바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수도 공유자원이고, 제주의 환경 자체도 공유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제주의 환경이라는 공유자원을 즐기는 대가로 입도세(제주도에 들어올 때 일종의 입장료를 받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를 받자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그런 주장을 한 사람 중에는 제주 출신의 젊은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김동주 씨가 있다. 그는 제주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서 제주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2012년에는 지역신문(<한라일보>)에 한 기고를 통해 "제주도를 지키는 20살부터 25살까지 약 3만5000명의 지역 청년들에게 무조건 매월 2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재원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입도세를 걷어서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1000만 명이라고 하고, 관광객으로부터 1만 원을 걷는다고 하면, 연간 1000억 원의 재정이 마련되므로, 3만5000명의 제주 청년들에게 매월 20만 원 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고,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에서 해방되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환경을 지키는 지역활동에도 참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 기본소득 중 일부를 '제주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지역경제도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 조랑말체험공원 지금종 관장과 함께 찍은 사진. ⓒ기본소득 전국투어팀

공유자원 수익으로 기본소득 지급, 가능하다

김동주 씨의 주장은 최근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배당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지역의 청년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에게 입도세를 걷자는 주장이 반드시 낯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제주와 같은 섬 지역에서 관광객들에게 일정한 돈을 걷는 사례는 외국에도 있다. 인도양의 섬나라인 몰디브는 2014년 11월부터 관광객들에게 하루 6달러의 환경세를 걷는다고 한다. 이런 사례도 제주에는 참고가 된다.
제주의 또 다른 중요한 공유자원으로 지하수가 있다. 제주는 표면을 흐르는 하천이 거의 없는 곳이다. 내리는 빗물은 지하수로 함양되어 바닷가에서 솟아난다. 그런데 골프장, 리조트가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아 쓰면서 최근에는 지하수 고갈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땅 밑에 있는 지하수도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공유재'이다. 이것을 민간업자들이 싼값에 뽑아 쓰도록 방치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래서 제주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공유자원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유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이 있다면, 그 돈으로 도민배당(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6일 저녁 제주시에서 <기본소득, 문화적 충동>이라는 영화를 상영하는데 녹색당원, 비당원들이 30여 명 왔다. 영화상영회가 끝나고, 어느 정도의 기본소득이 현실성도 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졌다. 월 50만 원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제주의 경우에는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소득 외에도, 미국의 알래스카주처럼 자체적인 기본소득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월 30만 원이든 40만 원이든 보장한다면, 제주도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제주가 가진 공유자원들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함께사는 돈 탐방기>
(☞관련기사 : [함께 사는 돈 탐방기]박근혜, 노인에 이어 장애인도 공약 파기?)
<기본소득 전국투어 일정>
14일(화) 대구, 저녁 7시 영화상영회 및 간담회(물레책방)
15일(수) 공주, 오전 10시 농민기본소득 상상워크샵(충남발전연구원)
15일(수) 대전, 저녁 7시 기본소득 토크 파티(커뮤니티 카페 '잇수다')
16일(목) 울산, 저녁 7시 기본소득 얘기나누기(품&페다고지)
17일(금) 청주, 저녁 7시 기본소득 강연회
18일(토) 경남 마산, 오후 2시 기본소득 강연회(마실&상상)
19일(일) 서울 저녁 7시 영화상영회(상수동 브이맨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