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모두 '유승민'이다!"

[기고] 원내대표 사퇴하는 유승민을 응원하며

이 글이 그냥 개인의 단상인지 유승민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같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때로 글이라는 것은 형식과 전달방식을 무시하고 그냥 써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아마도 나에겐 지금이 아닌가 한다.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미 몇 주전 본인이 반성문까지 썼으며 허망하게도 의원들이 박수로 사퇴를 촉구한 마당에 말을 더 보태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유승민 의원이 지난 국회 연설에서 지적했듯이 변화의 대상으로 지목한 진영을 가르는 흑백 정치가 너무나 완고하게 작동하는 현실에서 이 글은 필자에게도 부담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한국 정치를 새롭게 하는 일에 진보-보수를 떠나 더 많은 정치인이 뛰어들고, 정치가 상대를 적대화 함으로써 그 반사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승리하는 길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인식하는 정치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하기에 유승민 의원이 지금의 고난을 견뎌내고 자신의 소신을 더 넓게 펼치기를 바란다. 또 그가 새누리당의 당원이자 리더로서 변화의 중심을 만드는 정치의 길을 열어가길 응원한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치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서있는 곳이 진보든 보수든, 또 어떤 정파 든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조직이란 어쩔 수 없이 다분히 내적으로는 보수적인 성격을 띄게 마련이고 그것에 맞서 변화를 말하고 실천해가는 것은 고난의 길이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의 변에서 밝혔듯이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며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이다. 결국 변화를 바라는 사람은 그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묵묵히 고난의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유승민 의원에게 쏟아졌던 독한 말과 조롱, 그리고 오늘의 상황이 마치 내가 당하는 것처럼 아프고 쓰렸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사퇴했다. ⓒ연합뉴스


나는 그와 정견도 처지도 다르지만, 한국 정치의 변화를 위한 도전에 함께 하고 있다는 묘한 연대감을 느낀다. 동료시민이자 이 시대 한국 정치를 함께 하는 도반으로서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는 그의 소신이 새누리당을 더 강하고 풍성하게 만들고, 나아가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게 되길 응원한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걸려있는 슬로건 '새누리당이 혁신하면 대한민국이 혁신한다'라는 말은 그 실천의지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 온전히 맞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정치가 외면해 온, 민주주의 밖의 시민을 대표하는 데, 진보정치가 더 집중하고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비전과 열의를 갖고 진보정당에 작은 도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진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더 넓어지는 일은 정의당원과 새누리당원, 새정치연합 당원과 무소속,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의지를 가진 시민들이 모두 뭉쳐,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천적 다수파를 형성할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는 우리 시민 다수가 성숙한 정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새로운 시선을 갖고 비극적인 한국 정치를 향해 일관되게 나아가는 한, 서 있는 곳을 다르지만,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증오와 적대가 아니라 균형있는 타협, 독단이 아니라 상식, 무책임이 아니라 책임, 일시적으로 타올랐다 소모되는 열정이 아니라 작은 성과를 쌓아가는 지속성과 집중력, 성숙한 정치를 만들어 가는 길에 우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승민 의원에게 변화의 정치라는 길을 가는 한 당신은 외롭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의 건투를 바란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는 청년유니온 초대 정책기획팀장과 서울시 노동전문관을 지냈으며, 최근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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