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그리스 사태 종식, 유럽의 책임"

[분석] 미국, 안보 위기 우려…러시아·중국 등 그리스에 '축하' 메시지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가 그리스 국민이 지난 5일 국민투표로 유럽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결론나자, 독일 등 유럽 강대국들이 그리스와는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는 듯이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에서만 따진다면 이미 협상할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서유럽의 안보 문제라는 측면에서 협상의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스가 어디까지나 러시아와 대치하는 서유럽 안보전선의 한 축으로 남아있다면 모르지만, 그리스를 잘못 다루면 러시아와 손을 잡아버리는 수가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미국은 6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우려하며 타협을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양측간 커다란 입장 차가 있지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들 차이가 해소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는 방식의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스 탓할 때가 아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이제 그리스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응징하려는 시각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거들었다. 사설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의 안정을 흔들고, 그리스를 경제불황에 빠지게 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할 것인지, 아니면 이성적인 선택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순간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설은 "유로존 정상들이 7일 만나서 할 일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명확하다"면서 "GDP의 177%에 달하는 3170억 유로(약 400조 원)의 그리스 부채를 줄여주고, EU와 나토 회원국인 그리스를 유로존에 지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스도 유로존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 고통스럽겠지만, 유로존 회원국이 이탈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면서 유로와 유럽통합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놀라 6일 긴급 회동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 그리스에게 축하와 지지 표명


신문은 긴축을 제대로 못한 그리스에게 추가 구제금융을 해준다는 것은 잘못된 보상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2012년 유럽 지도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독일 등 서유럽의 민간은행들이 대부분을 쥐고 있는 그리스의 부채를 극히 일부 탕감한 가장 큰 실수를 저질러 그리스의 위기를 키웠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설에 따르면, 유럽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에게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은 인상할 것을 요구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런 조치로 가뜩이나 취약한 그리스 경제는 불황에 빠졌고, 실업률은 상승하고, 성장과 세수 증대는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유럽채권단은 그리스에 이미 상당히 축소된 연금마저 더욱 삭감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런 요구는 그리스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사설의 진단이다.

사설은 "그리스 사태에 그리스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유럽 지도자들은 파탄에 빠진 이 조그만 나라를 지원해 유로존에 대한 위협을 종식시킬 의무가 있다"고 결론 지었다.

<뉴욕타임스>의 시각은 안보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스 국민이 유럽의 긴축안을 거부하자, 러시아와 쿠바 등 서유럽과 대치하고 있는 국가들은 그리스의 선택에 축하를 보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6일 전화를 걸어 "협력을 강화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발칸반도 남단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잡은 그리스가 러시아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미국과 EU에게는 '러시아 봉쇄' 전략의 실패를 의미하기에,미국 등 서유럽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움직임이다.

피델 카스트로(88)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이날 치프라스 총리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서한을 보내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훌륭한 정치적 승리"라면서 "남미와 카리브해 국민들은 외부의 침략에 맞서 정체성과 문화를 지킨 그리스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리스에게 실질적인 자금 지원 여력이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 정부도 그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그리스 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그리스와 채권자들의 관련 협상이 조속히 성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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