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어이 없는 '이재명 딴지', 이유는?

[복지국가SOCIETY] 복지부의 '성남시 공공 산후조리원' 반대

경기도 성남시가 시행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던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보건복지부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마치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 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쇄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이번 보건복지부의 어이없는 결정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가? 그리고 그런 이유는 과연 얼마나 타당한가?

보건복지부의 반대 이유가 군색하다

보건복지부가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포함한 산후 조리 지원 정책을 심의하는 법적 근거는 사회보장기본법 26조이다. 이 법률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민간 전문가 및 관계 부처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협의회'를 구성하여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첫째, 기존 사업을 활용하여 충분히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의 제공 기관 확충과 대상자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므로, 새로운 사업을 하지 말고 보건복지부가 하는 이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확대해서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은 수혜 대상자 중의 일부가 공공 산후조리원 이용 대상자와 겹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서비스의 내용이나 사업의 내용이 전혀 다른 것으로 중앙정부의 사업과 중복된다고 볼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자신의 발표 자료에서도 인정했듯이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은 연간 43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남에도 불구하고 전체 예산이 361억 원에 불과하다. 즉, 이 돈을 지난해 출생아 43만5300명으로 나누어 보면 1인당 8만2931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방 정부의 매칭 펀드 30%를 합해도 지원 규모가 전체적으로 필요한 산모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성남시의 경우, 9192명(2013년)의 출생아 중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 수혜자는 1600명으로 전체 산모의 17.4%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그러므로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산모의 수를 늘리는 것은 중앙 정부가 반대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며, 마땅히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사안이다. 만일 대상자의 중복이 문제가 된다면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과 중복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간단한 규정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특히,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은 지원 대상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1인당 지원금 수준도 낮다. 이런 낮은 단가는 필연적으로 서비스 수준의 하락과 서비스 시간의 부족, 그리고 산모들의 불만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아직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사업'도 소중한 복지 정책의 하나이다. 예산을 늘리고, 대상을 확대하고, 산모 도우미를 공공 부문에서 고용하고, 자격 요건과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질 관리를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막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중앙 정부 사업의 위축 우려보다는 다양한 사업으로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지방 정부가 더 효율적이고 만족도 높은 사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올바른 역할이다. 복지를 개선하려는 지방 정부의 노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둘째,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위해서는 민간 산후조리원과 구분되는 역할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하는데, 신설될 공공 산후조리원은 민간 산후조리원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예상되므로 보건복지부는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의 타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번 메르스 방역 과정에서 전체 의료 기관의 5%, 병상으로는 12%에 불과한 빈약한 공공 의료 수준으로 인해 그 피해를 온 국민이 경험했다. 공공 의료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민간 산후조리원이 있으므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참으로 어이없다.

이런 논리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당시 10%에 불과한 국·공립 보육 시설의 비중을 크게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지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 보육 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보건복지부의 판단으로는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미 우리나라는 공익적인 부분이나 공공이 담당해야 할 부분까지 무분별하게 민간에게 맡김으로써 나타나는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일산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 15년 동안 몇 차례나 여러 가지 산후조리원에 대한 시설 및 인력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었고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사후 조치가 시행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국회의원들이 산후조리원을 의료 기관으로 편입해서 관리해야 한다거나, 이를 공공에서 설립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등을 주장했다. 우리는 이제라도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민간 산후조리원들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절대 다수의 산모가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공 산후조리원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은 오히려 중앙 정부가 앞장서서 시행해야 할 사업이라 하겠다.

셋째, 보건복지부는 공공 산후조리원과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 간의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반대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산모는 비용 지원 폭이 큰 공공 산후조리원 입소를 희망하겠지만, 공공 산후조리원의 병상 제한으로 선착순 운영을 하는 경우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이없는 억지 주장이다. 정말로 보건복지부가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자와 공공 산후조리원 이용자 간의 형평성을 염려한다면 적극적으로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확대하여 더 많은 산모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성남시 관내 민간 산후조리원의 입소율이 61.2%(2014년 12월)에 그치는 이유는 산모가 가정에서 산후 조리를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첫째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고, 둘째는 민간 산후조리원의 서비스 질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 산후조리원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 오히려 전체 성남시 산모를 위해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성남시의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제6조는 입소의 우선순위를 기초생활보장대상자 등 저소득 취약 계층 및 다문화 가정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적이 저소득 취약 계층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면 무슨 형평성이 문제가 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의 경우도 올해 50만 원에서 시작하여 질 관리가 보장되는 평가 인증 제도의 시행과 연동하여 점차 200만 원 수준으로 높임으로써 실제로 몇 년 뒤에는 공공과 민간 간의 비용 부담에서는 차이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성남시가 분명히 밝히고 있으므로 형평성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넷째, 보건복지부는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허가하면 민간 산후조리원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성남시는 "민간 보육 시설에 대한 지원은 안심 인증 산후조리원에 한한다(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11조)"라고 규정하고 있고, "안심 인증 산후조리원은 시가 정한 평가 지표에 따라 선정하고 매년 재선정 여부를 결정한다(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12조)"라고 조례로 못을 박아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에 따른 과도한 비용 발생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성남시의 이런 시도를 저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출산 기피의 큰 이유 중 하나인 산후조리 비용 부담을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보건복지부가 하는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업이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대체할 수는 없다. 가정 파견 산모 도우미 사업을 선호하거나 필요로 하는 산모들도 있지만, 한 명의 산모 도우미가 한 명의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것보다는 공공 산후조리원에서 돌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위생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산모 도우미가 들어와 있을 공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신생아를 키워야 하는 산모들은 출산 후 다만 2주 만이라도 깨끗하고 안전한 공공 산후조리원에서 산후 조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후조리원 이용이 보편화된 출산 문화로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적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남들처럼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산모들은 없어야 한다"는 성남 시민들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 이재명 성남시장. ⓒ연합뉴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건복지부의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불수용 결정은 "복지의 퇴보이자 지방 자치 침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이 정책의 시행을 위해 성남시와 함께 노력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또, 신문이나 방송의 공개 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 문제에 관해 우리 국민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전달되고 공론화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첫째, 사회보장기본법 26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복지 정책이 지방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고, 중앙 정부의 복지 정책과 조응하고 연동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된 것이다.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를 압박하거나 지방 정부의 자율적 복지 정책을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 아니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약으로도 발표되었고, 제주도 서귀포시와 강원도 홍성의료원, 그리고 새누리당 구청장이 재선된 서울시 송파구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어 새로운 정책도 아니다.

다만, 성남시의 구상은 단순히 구마다 1개소씩 3개의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하는 것을 넘어선다. 민간 산후조리원에 대한 질 관리와 비용 지원을 통해 산후 조리 사업 자체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성남 시민들의 비용부담 경감과 산모와 신생아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기존의 정책들과 다른 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보건복지부의 반대 사유는 어느 하나도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성남시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에 대한 반대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중앙당과 소속 국회의원 누구도 자당의 대통령 후보 대선 공약을 지키려 하지 않는 때, 고군분투한 성남시장을 적극 지원해야 마땅하다.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개입을 막는 것을 넘어,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지원법이라도 발의해서 성남시의 노력을 지원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모자보건법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사업을 중앙 정부의 사업으로 만들어 성남시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보건복지부의 결정은 지방 자치의 후퇴이므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대해서 반대할 것을 촉구한다. 유신 정권에서 폐기된 지방 자치를 20여 년 만에 부활시킨 것은 지방 정부들의 행정적 미숙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은 지역 주민들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지금 지방 정부의 문제는 토호들이 중심이 된 과도한 토목과 건설 사업들에 있지, 지방 정부의 복지 정책 확대가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우, 기초 지방자치단체 사업의 80% 이상은 지역 주민의 복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앞으로도 중앙 정부가 과도하게 장악하고 있는 복지 사업들은 예산과 더불어 권한과 책임을 지방 정부로 과감하게 이관해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성남시가 중앙 정부의 조치에 불응하고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강행할 경우 1) 행자부의 지방자치단체 합동 평가, 2) 복지부의 지역 복지 평가, 3) 기재부의 지역발전특별회계 평가 등에 반영하여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가 이번에 보건복지부의 이런 어이없는 조치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전국 17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50여 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심각한 자치권의 훼손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전국의 시도지사연합회와 전국의 시장, 구청장, 군수협의회 등이 적극 나서서 성남시의 정책을 지지하고 보건복지부의 어이없는 폭거를 막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셋째,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함해서 우리 국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국가에서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통해서라도 출산 관련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지방 정부의 정책을 중앙 정부가 방해하도록 방치한다면 다음부터는 어느 누구도 저출산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을 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가사 노동의 대부분이 전가되어 어떤 나라보다 과도한 노동이 요구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산후 조리는 평생에 2주간이라도 편안하게 쉬도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다. 이 시기는 평생의 건강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산후조리 문화가 형성되었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산후 조리를 보장할 상황이 안 되니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민간 산후조리원이 만들어졌다.

아기가 태어나면 육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정부가 한가득 싸서 보내주는 복지 선진국의 마더 박스(mother box)까지는 못 주더라도, 산후 조리에 대한 부담이라도 덜어주겠다고 지방 정부가 용기를 내서 시행하려는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조차 중앙 정부가 못하게 막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부당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지극히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조차 힘든 결심을 해야 하는 각박한 나라에서 이제 우리 국민이 나서서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지켜내자. 이번 보건복지부의 어이없는 반대를 계기로 오히려 전국적으로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만들자. 나는 이런 것이 바로 '복지국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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