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박근혜 잘했다" → "초동 대처 미흡 송구"

"메르스 컨트롤타워는 나…청문회 유감"

황교안 국무총리가 19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해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청문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대처를 잘했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11일 만에 말을 슬쩍 바꾼 셈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국무총리로서 최초로 출석해 메르스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메르스 퇴치 실패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에게 사과할 뜻이 있느냐"고 묻자, 황 총리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초기 대응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새로 총리된 입장에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황 총리는 "그 이후에는 정부가 일대일 관리 시스템도 갖추고 출국 금지도 신속하게 시켰다"며 "초기에 많은 지적을 수용해서 선제적이고 광폭적인 대처를 해나가서 우려를 조기에 가라앉힐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 총리는 "현재 시점에서 제가 컨트롤타워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총리 주재 하에 일원화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해서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고 했는데, 야당이 요구할 때는 공개하지 않고 대통령이 공개하라고 해서 공개한 것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총리는 "공개 문제는 개인 정보 보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해보면 적기에 정보를 공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신속하게 대처했어야 하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거듭 말했다.

황 총리는 이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문 대표가 메르스 초기 대응 문제를 지적하자 "문 대표 말대로 초기 대응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저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다. 능력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태도는 황 총리가 후보자 시설 청문회에서 보였던 태도와는 대조된다. 황 총리는 지난 8일 열린 청문회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처가 늦은 게 아니냐는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의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제때 해야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면 보고를 받았고,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열흘 만인 지난 1일에서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력 대응'을 정부에 주문했다. 메르스 발생 병원 24곳의 명단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8일만에 공개해 '뒷북 공개'라는 비판을 받았다.

황 총리가 후보자 시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때 해야 할 일을 다했다"고 두둔했다가, 메르스 사태로 민심이 악화되자 말을 슬쩍 바꾸고 자세를 낮춘 것이다.

"청문회, 의원 요구 부응 못했다는 지적 있게 된 데 유감"

그밖에도 '부실 인사청문회'라는 야당 의원의 반발에 대해 황 총리는 이날 신임사를 통해 "지난 인사 청문 과정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임한다고 했으나, 의원들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게 된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국회와 소통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단 살포가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의 일환이라 그 자체를 불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민이나 관계자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군의 탄저균 배달 사고에 대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은 진상 조사이고, 지금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상 조사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양국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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