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격리 해프닝', 안 웃기다. 무섭다!

[기자의 눈] 대통령·총리 '영웅' 만들기 하나?

국무총리 직무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격리될 뻔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 부총리는 지난 9일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일선 현장 방문 점검을 위해 대전 건양대병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간호사를 껴안는 등 의료진을 격려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을 줄이자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16일자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자칫 감염자 접촉으로 격리 대상이 될 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이 병원 간호사 신모 씨는 메르스 36번 확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약 8일간 잠복기를 거쳤고, 지난 11일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 부총리가 건양대병원을 방문해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를 껴안는 행위를 한 게 9일이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신 씨 행적 조사 결과, 최 부총리와 맞닥뜨린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최 부총리 격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설사 최 부총리가 신씨를 만났다 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니 "시기적으로 격리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 의료진을 껴안으려 하는 최경환 부총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최경환 격리' 해프닝이 보여주는 것

해프닝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그런 해프닝이다. 사진을 보면, "격리될 뻔" 한 최 부총리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서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 일행을 접견하는 의료진에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은 모두 제외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쇼'를 보여주기 위해 의료진들에게 방호복을 입혀놓고 줄세워 놓았다는 말이 된다.

앞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 앞에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찍힌 사진을 배포했다. 대지진 참사 현장에 달려가 폐허를 배경으로 선 국가 지도자의 모습이나, 에볼라 완치자를 껴안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기괴하다'는 평을 받았다. 메르스 퇴치를 도와줄 우주인과 '조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조롱도 나왔다.

물론 대통령이나 총리 대행이 방호복을 입거나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참모들의 문제 의식도 이해는 간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다. "메르스, 별거 아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위험천만한 쇼를 벌이고 있다.

최 부총리의 경우 굳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을 껴안는 행위를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만에 하나, 최 부총리나 수행원이, '새로운 그림'을 만들기 위해 즉석에서 다른 사람을 껴안거나, 혹은 껴안도록 주문했다면? 우연히 그가 신 씨와 접촉한 사람이었다면? 이같은 사실이 후에 밝혀져 최 부총리 격리 조치로 이어졌다면? 참모들이 귀체온계를 들고 옆에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됐을지 모른다. 정부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만의 하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맞다. 특히 지금은 북한의 위협이나, 탈옥수가 활보하는, 그런 종류의 상황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의료진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자연스럽게 의사, 간호사들과 대화하는 모습 정도면 족했을 것이다. 대통령을, 국무총리 대행을 방호복 입은 의료진들 앞에 세워놓고, 도대체 어떤 '방역' 효과를 얻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방호복 입은 사람들을 마구 껴안거나, 마치 '외계인' 쳐다보듯 보는 듯한 정치 지도자의 모습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미 대통령과 컨트롤타워는 초동 대응에 실패했고, 2차 대응에도 실패했다. 지금도 방역망엔 구멍이 숭숭 나고 있다. '중동 독감'에 불과하다는 게 이 정부 대통령과 총리 대행의 인식인 것 같은데, 그 '중동 독감'에 나라가 '난리'가 났다. 동대문 시장에서 대통령이 인기 몰이를 하는 동안, 줄어들 줄 알았던 메르스 확진자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무슨 '그림'을 만들고 싶은 건가.

'쇼', 지나치면 독이 된다.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면, 사태 수습이나 제대로 하고 나서 기획하길 바란다. 괜히 시민들에게 '총리가 격리될 뻔 했다'는 소문이나 퍼트려 공포에 떨게 하지 말길 바란다. 그런 상황, 웃기지 않다. 무섭고, 또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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