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보다 강한 건, 펜이 아닌 기자입니다"

[함께 협동조합을] 프레시안은 '배너광고 갑'이라는 분들에게

'펜은 칼보다 강하다!' 언론이 가진 힘이나 사회적 중요성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에서 펜은 늘 칼보다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언론도 권력과 자본 앞에서 그 자체로 우위에 서있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우리를 체제 밖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그 칼 앞에 섰을 때 평범한 우리가 얼마나 작아지고 비굴해질 수 있는지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거나 칼을 휘두르는 입장에만 있어본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칼이 펜보다 훨씬 강합니다. 언제나.

펜이 칼보다 강한 것이 아닙니다. 기자가 칼보다 강한 것입니다. 진실과 공익을 추구하는 기자의 고뇌하는 정신이 바로 칼보다 강한 것입니다. 거액의 소송을 하겠다며 협박해오는 취재대상들과 광고주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진실로 향하는 끈을 문장들 사이에 몰래 숨겨두려 하는 그 기자들의 무참한 고뇌와 몸부림이. 심층취재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여의치 않아 취재를 하지 못하지만 단발성 스트레이트 기사로라도 그 작은 사건을 알리려고 건조한 몇 문장을 적는 그 순간 기자의 꾹 다문 입술과 눈빛이. 두려운 현실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고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견고한 신화들에 질문을 던지고야 마는 기자들의 두근대는 심장이 유일하게 권력과 자본보다 강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기자정신을 잃지 않은 펜은 칼보다 강할 수 있습니다. 때로.

'기레기'라는 비아냥은 기자들에게 아마 큰 상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언론 본연의 역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배너광고갑'이라는 조롱은 오히려 기자들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서늘한 아픔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비루한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의 '삶'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칼'보다 무서운 것은 '삶' 그자체가 가진 가혹한 현실과 부조리입니다.

혹자들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신속하고 '쾌적'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본래 사명 아니냐고 반문하신다면 사실 크게 반론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언론의 사명이라는 것이 정보의 생산과 소비라는 비즈니스 이전에 먼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공익적 역할을 시민들이 위임한 것이라면, 우리에게도 동료 시민으로서의 책무는 있는 것은 아니냐고 설득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 있습니다. 혹여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생계를 걱정해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와 언론, 그리고 시장의 법칙 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 간의 복잡한 관계를 먼저 떠올려 달라는 부탁입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형태의 언론은 다소 생소한 형식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협동조합 언론이라는 형식이 어쩌면 우리와 언론의 관계를 '소비자'와 '생산자'가 아닌 '언론'과 '시민'이라는 조금 더 책임 있는 관계로 맺어줄 수 있는 기회는 아닐까 스스로를 설득해봅니다. 그래서 더듬거리는 문장으로 제안해봅니다.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어봅시다.

펜은 칼보다 강할 수 있습니다. 단, 우리가 함께 할 때에만 그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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