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이 약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 31일까지 11일새 15명이나 발생했고 그러는 동안 공포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공포감은 사실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실책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
전염력이 약할 것이라는 '오판'으로 감염 의심자 통제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발병자는 계속 늘었고, 시민들의 신고 의식을 '과신'했다가 메르스 환자가 방역망을 벗어나 버젓이 일상생활을 한 경우가 발생했다.
정부는 환자와 밀접접촉한 사람도 증상 발현 전에는 자가 격리를 한다는 원칙을 줄곧 '고집'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 에 불신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 전염력 약하다더니 환자수는 연일 증가
메르스는 그간 치사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전염력은 약한 질병으로 알려졌었다. 중동 외 지역에서는 발병 건수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감염이 확산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최초 감염자 A(68)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 지침을 주고 스스로 이를 지키게 하는 방식으로 자가(自家) 격리 조치를 했다.
그 중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음압 격리실(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병실)로 옮겼다.
밀접 접촉자들을 직접 통제하지 않고 자가 격리한 것은 이들을 보건당국이 직접 통제할 만큼 메르스의 전염성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환자수는 연일 증가했고 같은 병실, 혹은 같은 병동을 쓰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감염자가 등장했다.
밀접 접촉자를 가리는 절차도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역학조사를 통해 A씨와 밀접접촉한 사람을 찾아 격리했지만 빠진 사례가 등장하자 뒤늦게 재조사를 실시했고, 그제야 무더기로 추가 환자가 확인됐다.
2차 감염자 14명 중 자가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절반을 조금 넘는 8명이나 된다.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에 대해 정부도 '미흡'했음을 시인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31일 의료제약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메르스 전파력 판단 미흡과 최초 메르스 환자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시민 신고만 믿었다가 열흘 넘게 감염 환자 놓쳐
환자의 계속되는 증가에는 환자 혹은 의심환자와 의료진의 신고 의식 부족이 주요 원인이지만, 시민들의 신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부의 대응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환자와 의료진의 신고를 강제하는 법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국민과 의료진의 신고 의식을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잘못된 상황 인식을 했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의료진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의심자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각각 200만원의 벌금을, 의심자가 자가격리를 거부할 경우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이 돼서 벌금형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첫 환자인 A씨가 증상이 발현한 이후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열흘 가까이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것은 메르스 감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나 의료기관의 보고는 없었다.
A씨와의 밀접 접촉 사실을 숨기고 일상 생활을 하다가 중국 출장까지 간 K(44)씨의 사례 역시 관련 법 규정이 환자나 의료기관의 신고에 별다른 영향을 못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K씨는 16일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메르스 감염 환자 A(68)씨와 접촉했지만 이를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11일간 회사에 출근하는 등 일상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2차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K씨를 진료한 의료진은 K씨가 중국 출장을 간 뒤에야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 자가 격리 고집…느슨한 관리로 불안 가중
정부가 밀접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를 고집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불안감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보건당국은 자가 격리자들에게 다른 가족들과 2m 이상 떨어져서 지내고 집안 내에서도 N-95 방역 마스크를 사용해 생활하라고 지침을 주고 이를 꼭 지키도록 당부하면서도 실제로 지침을 준수하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뒤늦게 자가격리 점검반을 따로 꾸려 하루 2번 모니터링을 하고 밀접 접촉자가 스스로 원할 경우에는 고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없어도 격리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부가 국민이 안심할 만한 수준으로 메르스를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에 대한 관리는 느슨한 반면 국가지정 격리병상 격리 대상으로 이동하는 기준은 까다로워 발병 초기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A씨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던 아버지를 간병했던 C(46)씨가 증상을 호소하며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지만 발열 수준이 기준에 못미친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가 증상이 심해지자 뒤늦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겼다.
보건당국은 이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기는 의심환자의 발열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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