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는 14일 '당원에게 드리는 글' 또는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준비했었다고 새정치민주연합 당 관계자들이 확인했다. 이 메시지는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양승조 사무총장, 강기정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내용과 시기 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반대해 실제 발표되지는 않았다.
이 메시지에는 "패권을 추구하면 그게 누구든 손과 발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당 내의 '쇄신' 요구에 대한 대응도 들어간 한편, "기득권과 공천 지분을 지키기 위해 당과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들의 부당한 '지분 나눠먹기' 요구에는 타협하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초강경 입장도 포함됐다. "지금껏 살면서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 제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또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며 "새누리당이 우리를 상대로 종북몰이 하듯 우리 내부에서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노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는 지금 도를 넘었다.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 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켜선 안 된다"는 인식도 이 메시지에 담았다.
이에 따라 문 대표가 이같은 강경 메시지를 준비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문 대표는 바로 전날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었다. 민집모는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이 오찬 간담회에서 유성엽 의원은 문 대표에게 "계파 간 분열·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새누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버금가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공천 방식이 필요하다"며 "4월 초에 발표된 (당 공천혁신추진단의) 혁신안은 보류하고 별도의 공천혁신특위를 만들어서라도 근본적인 노력을 해보자. 이것이 객관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승용 최고위원 같은 분을 책임자로 앉혀 보자"고 제안했었다.
지난 8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사퇴' 막말 파동 이후 사퇴한 주 최고위원은 김한길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내 '김한길계'로 불린다. 유 의원 또한 성향상 '비노'로 분류된다.
이같은 정황이 종합된 결과, 문 대표 측에서는 김 전 대표 등 비노계의 '패권주의 청산' 요구는 현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고, 비노계가 실제로 바라는 것은 공천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발표하려던 메시지에 "기득권과 공천 지분을 지키기 위해 당과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들"이라는 분노 섞인 표현이 등장한 것이 그 방증이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당직자는 이날 <프레시안> 기자와 만나 "결국 (비노계는) 공천권을 달라는 것 아니냐"며 "그건 당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공천혁신위' 방안에 대해서도 "그것을 통해 공천권을 과점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특별대책위원회'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공천혁신추진단이 내놓은 안은 최고위에서 의결된 것인데 그것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른바 비노계에서는 문 대표의 메시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펄쩍 뛰고 있다. 문 대표 앞에서 '공천'을 직접 언급했던 유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주 최고위원을 꼭 그 자리에 앉히자는 게 아니었다"며 "무조건 '당무에 복귀하라'고만 해서는 실현이 어렵지 않느냐 하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대표 측에서는 "지금 김 전 대표는 공천은 염두에도 없다"며 "유 의원이 김 전 대표와 상의하고 말한 것도 아닌데, 지금 (문 대표 측이) 공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이날 문 대표가 준비했다는 메시지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이것은 '반성과 성찰'의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그냥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우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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