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가 식탁을 위협하는 5가지 이유

[함께 사는 길] TPP, 수입개방의 완결판

2015년 3월 15일은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이 발효된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광우병 소 수입반대를 외치던 거대한 촛불이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한국 정부는 EU, 중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거대경제권과 FTA를 동시 다발로 추진했다. 세계경제의 위기가 심화되고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지만, 국가들끼리 FTA로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흐름은 식을 줄 모른다.

올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TPP) 체결이 아시아 지역의 큰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가입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경제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9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새롭게 구성된 'TPP-FTA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한미FTA 발효 3년을 평가하고, TPP를 전망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제·통상 및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분석이 이어졌는데, 토론회 발표 내용 가운데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식품안전 이슈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 한국이 TPP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입장료는 우리의 밥상 안전이 될 것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1.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된다


한미FTA 당시 협상을 위한 4대 선결조건이 큰 논란이었다. 이번에 TPP 역시 신규로 가입을 원하는 국가는 기존에 가입한 12개 국가들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소위 '입장료'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검역기준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가 무역보고서에서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검역조건이 무역장벽이라 언급한 것이 분명한 증거다. 수입위생검역기준 완화는 결국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2. 수입산 쌀이 늘어난다


2015년은 한국 농산물시장이 자유무역체제에 완전히 포함된 원년이다. 그동안 자유무역에서 제외되었던 쌀 개방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만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전면개방은 어쩔 수 없지만, 513퍼센트(5) 관세율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앞으로 모든 FTA에서 쌀은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TPP에 가입한 일본은 미국 쌀에 대한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줬다. 한국 역시 미국에 대해서만 100~200% 수준으로 낮춰주거나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다. 이렇게 되면 올해 우리나라와 WTO 쌀 수입조건 협약을 앞둔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국가들이 미국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 쌀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3. 농약잔류허용기준과 식품첨가물 기준이 허술해진다


▲ 국민의 노력으로 일궈낸 현행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함께사는길(박은수)

모든 제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특히 식품관련 제도는 문화, 경제, 기술수준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자유무역협정은 소외 국제기준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국제기준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TPP에 가입하면 농약잔류허용기준과 식품첨가물 인정 기준 등 식품기준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WTO에서 기준으로 인정하는 코덱스(CODEX)의 농약잔류허용기준은 수확 이후 농약 사용을 전제한다. 따라서 잔류농약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국가별로 인가된 식품첨가물에 차이가 있어서 미국 기준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심각한 문제다.

4. 유전자조작식품 유해성 평가와 표시의무제도가 허물어진다


세계에서 유전자변형작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미국이다. 전 세계 GMO 절반 이상을 미국이 생산한다. 한국은 GMO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표시제가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몇 개 주 정부가 독자적으로 표시제를 도입하려고 시도 중이다. 한미FTA 협상 초기 섬유 수출과 GMO 수입 조건을 맞바꾸는 것을 논의한 문서가 공개되어 큰 파장이 있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GMO 표시제도가 빈틈이 많아서 '완전표시제'를 요구하고 있다. TPP의 가입은 GMO 표시제 강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현행 제도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

5.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이 수입된다


전문가들은 TPP 가입 협상은 한국과 일본의 FTA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규 가입을 원하는 국가가 기존 가입국가와 개별로 협상을 해야 하는 TPP의 조건 때문이다. 한국은 2013년 이후, 후쿠시마 근처 8개 현 인근에서 어획된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외 지역 수산물에 대해서도 '비오염증명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TPP 개별국가 협상 때 일본은 수산물 수입규제조치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월에는 한국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완화를 언급해 이런 전망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 고농도 방사능오염 지하수가 방출되는 상황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식탁안전을 볼모로 TPP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TPP는 수입개방의 완결판이며 국가의 규제권 전반에서, 국가의 정책 주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식품 이외에도 지적재산권, 공공의료, 농업, 노동, 환경 전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TPP를 충분한 토론과 검토 없이 추진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지난 3월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토론자의 의미 있는 발언을 첨부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설사 TPP에 가입해서 한국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우리나라보다 어려운 국가의 노동자, 농민들의 피와 땀을 빼앗아 얻는 것이라면, 우리는 TPP 가입에 반대해야 합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2009년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 싱가포르 4대국의 소규모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에서 시작했다. 이후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페루, 베트남, 일본, 캐나다, 멕시코가 참여해 현재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TPP-FTA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현재 TPP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그 목적을 두 가지로 추정했다. 첫 번째는 미국과 일본의 실질적인 FTA 체결효과의 경제적 목적이며 두 번째는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려는 정치적 목적이다. 한국 정부는 TPP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절차상으로 관심표명이 있은 후 TPP 소속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그 사이에 공청회, 국회보고의 내부 절차도 거친다. 대책위는 올해 7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에서 TPP 공식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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