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與에 딴지…당·청 갈등 급물살

'성완종 특사' 조사 언급 안해…선거 끝나고 발 뺀 朴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확대에 대해 "국민에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및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확대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일주일 간 '병상'의 침묵을 깨고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해서 당초 약속한 연금개혁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개혁의 폭과 (연금 개혁안이 적용되는 시간이)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천천히 많이 내고, 천천히 덜 받는' 여야 합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 과정에서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약 20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등의 제도 변경은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고, 국민들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며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를 비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김 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확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향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갈등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재보선 승리와 관련해 "과감한 정치 개혁을 이루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과 정치가 국민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뼈 있는 발언을 했다.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확대에 합의한 김 대표를 겨냥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정치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과거의 낡은 정치를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 개혁 대상이 '노동' 분야임을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 개혁의 경우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루다가 현재 그 논의 진행이 중단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개혁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 활성화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과제"라며 "정부와 노사 모두는 시대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현재 박 대통령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시장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완종 특사' 진상 조사 언급 안해선거 끝나고 한발 뺀 朴 대통령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의 특별사면 특혜 의혹에 대해 "과거부터 내려온 사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특별사면제도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사면권이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행사되어서도 안된다"며 "해당 수석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 전에는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며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지시해놓고, 이날은 '진상 조사'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진상 조사' 언급이 사실상 야당을 겨냥한 '선거용 발언'이었다는 의구심이 더욱 짙어지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사면이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인 것처럼 비춰져서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일이 되풀이 되어 왔다"며 "사면은 결코 비리사슬의 새로운 고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한계를 벗어나는 무리한 사면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그 어떤 의혹이든 부정부패는 반드시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전력을 다해서 국민의 뜻에 부응을 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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