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이병기가 특사 힘 썼다고 들어"

권성동 폭로 '부메랑'…원세훈이 특사 협의한 듯

새누리당이 최초 제기한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성완종 특혜 사면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연루돼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권성동 의원이 주도한 '노무현 때리기'의 불똥이 친박(親朴) 권력 핵심으로 튀고 있는 셈이다.

24일 <한겨레>는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특별 사면을 받은 것과 관련해 "당시 성 전 회장과 가까웠던 정치권의 한 인사는 '2007년 이뤄진 성 전 회장의 2차 사면은 당시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있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최측근을 통해 인수위에 성 전 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사는 "2007년 12월 25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사면을 받게 될 것 같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경위를 물었더니 '이병기 고문이 힘을 썼다'고 말했고, 하루이틀 뒤 충남 서산농협 스카이라운지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거듭 물었더니 '이 고문이 힘을 써준 것이 맞다'고 거듭 확인해줬다"고 했다. 이 인사는 "당시만 해도 성 전 회장은 친박근혜계와 가까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이 사면을 해줬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실장이 당선인 쪽 최측근을 통해 사면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2006~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게 성 전 회장이 돈을 준 의혹에 대해 "이병기 실장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했다"며 "이병기 실장이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야인 생활을 할 당시 성 전 회장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실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다만 금품 수수를 시사하는 내용이 함께 적혀 있는 다른 인사들과 달리 돈 액수는 적혀 있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병기 실장은 일본대사 하기 전부터 안 지 오래 됐고, 뭐 뭐 얘기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 죽기 때문에…"라고 말했었다. 성 전 회장 휴대전화에는 이 실장과 착발신 기록이 140여 건 나온다. 친분이 남달랐다는 정황이다.

그러나 이 실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사면 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이 실장은 "당시 (성 전 회장의) 사면을 청탁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이명박 당선인 쪽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사면을 요청할 관계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성 전 회장의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을 이전부터 알던 사이이긴 하나, 별도의 도움을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2007년 말 사면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당선인 신분) 측과 노무현 정부가 협의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날 노무현 정부 핵심 관계자가 "당시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도 성 전 회장과 함께 사면을 받았다"며 "양 전 부시장 사면을 요청한 것은 원 전 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행정1부시장으로 양 전 부시장과 함께 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내는 등, 이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말대로 '부메랑' 된 권성동의 '헛발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이 사면을 갖고 저를 타깃으로 상정하고 있다면 더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2007년 11월 상고를 포기해 특별 사면의 조건을 갖춘 데 대해 문 대표는 "제가 보기에도 의혹을 가질만 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연관시켜 생각된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기 3개월 전인 8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누르고 한나라당(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었다. 성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한 11월 경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던 때다. 당시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 성 전 회장이 특사 대상으로 결정됐다는 여러 정황도 노무현 정부가 힘을 썼다고 보여지기 힘들다. 게다가 특사가 결정되자마자 다음날 성 전 회장이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한 것은 '새 정권'의 힘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문재인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2007년 말 성완종 특별 사면 의혹이 도리어 '아군'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권 의원은 사실 2007년 말, 2008년 초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사도 아니었다. 이제 권 의원과 친이계가 해명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가뜩이나 '몸조심'하고 있는 이병기 비서실장도 덩달아 운신의 폭이 좁아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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