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차기 총리? 내가 말하기는 좀…"

"북한인권법 반대하면 종북…반정부 종북세력이 나라 망친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은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른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인사다. 이 총리가 '성완종 파문'에 연루돼 물러나는 만큼 '청렴'이 중요한 차기 총리의 자질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동운동 출신인 그는 경기도지사를 2번 역임한 만큼 '행정력'도 갖췄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건 김문수에게 있다기 보단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속한 문제다. '자기 사람' 이외에 곁을 내주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상 굳이 분류하자면 친이계라고 할 수 있는 김문수 위원장에게 '넘버 2'의 자리를 내주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였을까? 22일 지역 중견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 초청강연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평소 그답지 않은 모습이다.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 이완구 총리의 사퇴 이외 필요한 다른 조치는 필요 없냐는 질문, 차기 총리로 어떤 유형이 적합하냐는 질문, 박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할 경우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 등 민감한 질문엔 모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그는 이후 행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차기 총선에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수성갑 지역으로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수하지만 "아직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두세번 반복된 질문에도 적절히 빠져나갔다.

이날 그가 가장 명확하게 얘기한 것 중 하나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의지였다. "요즘 매주 화요일 국회 앞에서 열리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는 조속히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의원이던 2005년 북한인권법 등 관련법안을 제출한 이래로 '10년 간'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북한인권법 통과를 반대하는 사람은 종북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쓰면 '수구꼴통'이라고 하는데 종북이야말로 수구꼴통"이라면서 "(얼마전 세월호 추모집회 때) 태극기를 태우는 사진 봤나?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반정부 종북세력이 그만큼 많고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운동 출신인 그가 북한인권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인권은 그 어떤 상황이나 명분에 의해서도 타협될 수 없는 고귀하고 신성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현재 남북간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인권법을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는 건 북한에게 오히려 명분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인권은 신성한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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