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했다던 연준의 금리 인상, 빨라야 9월?

[인터뷰]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가 본 연준과 금리 인상 문제

미국 연준은 2008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 목적이 시중 은행의 국채와 채권, 자산 담보부 증권 등을 매입해 장기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팽창을 통해 미국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었음을 경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 임박했다는 것이 세계 경제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논의는 단기적 문제, 즉 언제 어느 정도 인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돼 있다. 즉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한다면 그 시기는 6월인가 9월인가, 금리 인상 속도와 그 폭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 금리 인상을 아예 안 하고 지나갈 가능성도 있는가 등에 대한 심층 분석과 엉터리 예측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이와 달리 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상하려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상적인 통화 정책으로 복귀"라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설명이 힌트를 주는 정도이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2015∼2020년 구조적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경우 1997년 소위 'IMF 사태’ 때보다도 더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렸는데도 2015년 GDP 성장률이 2퍼센트대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준의 임박한 금리 인상의 시기와 폭, 나아가 그 필요성에 대한 박영철 전 원광대 경제학부 국제경제학 교수의 분석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4월 5일부터 10일까지 이뤄졌다.

"연준 금리 인상, 6월엔 없을 듯…9월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전희경 : 연준이 언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시나요? 한다면 인상 폭은 어느 정도일까요?

박영철 : 현 시점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은 옐런 연준 의장도 모를 것이라고들 합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일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금리 인상은 올해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 다만 그 시기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인상 폭도 '매우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전희경 : 약 1개월 전만 해도 많은 전문가가 올해 6월이나 늦어도 9월에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옐런의 이번 성명은 전문가들의 이런 예측과 다르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박영철 :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옐런 의장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최근 미국 경제가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모호한 뉘앙스를 남기려 했다고 봅니다.

전희경 : 그럴 만한 경제적 이변이라도 있었나요?

박영철 : 이변이 있었다기보다는 최근 미국 경기 상황 지표들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2015년의 GDP 성장률이 '건실’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입니다. 2015년 GDP 성장률이 2.8∼3.0퍼센트일 것으로 최근까지 일반적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2월 내구재 주문이 1.4퍼센트 하락하고 오일 섹터 투자가 축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애틀랜타 연준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2015년 1분기 성장률을 0퍼센트와 0.6퍼센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영철 : 경제적 변수가 여럿 있지만 그중 크게 3가지가 많이 거론됩니다. 첫째, 3월 신규 채용자 수가 급감했습니다. 둘째, 달러 강세 여파로 미국의 수출이 침체하고 기업 이윤이 줄었습니다. 셋째, 지속적 저유가로 인한 미국 에너지 분야의 침체 등입니다.

전희경 : 고용 창출 추세가 지난 2년간 놀라울 정도로 건실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3월 신규 채용자 수가 급감한 사실은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박영철 : 적절한 지적입니다. 2013년에 230만 명, 2014년에 300만 명 정도 신규 채용자가 추가됐습니다. 즉 2년간 매달 20만 명 이상 신규 채용자가 발생하는 놀라운 성과를 낸 셈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엔 예상을 깨고 겨우 12만6000명의 신규 채용자가 추가됐을 뿐입니다(<그림 1> 참조).

▲ <그림 1> 월별 신규 채용자 수(2010∼2015.3). ⓒhttp://www.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non-farm-payrolls


전희경 :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영철 :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지난겨울의 추운 날씨 탓으로 봅니다. 그러나 더 근원적인 이유는 달러 강세로 취약해진 국제 경쟁력, 그로 인한 수출 부진과 미국 기업의 이윤 손실, 그리고 지속적인 저유가 때문에 고전하는 오일 분야의 생산량 감소와 노동자 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실업률은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5.5퍼센트에 머물고 있지만, 경제 활동 인구는 3월에 9만6000명이 감소하고 총 노동시간도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기대했던 고용 시장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전희경 : 연준이 금리 인상 조건으로 제시한 구체적인 경제 지표는 무엇인가요?

박영철 : 금리 인상 조건이라기보다, 금리 인상 결정에 참조하겠다고 발표한 경제 지표가 3가지 있습니다. 2퍼센트 근처의 인플레이션, 고용 시장 개선(특히 3∼4퍼센트대의 연 임금 상승률과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 5.2∼5.5퍼센트), 적정 수준의 GDP 성장률(적어도 2퍼센트) 등입니다. 주의할 사항은 이런 경제 지표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명시한 성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 결정에서 유연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옐런 의장의 본심입니다.

전희경 : 이 같은 경제 지표의 목표치를 고려하면 올해 6월 금리 인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박영철 : 6월 금리 인상은 없을 것 같습니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고 봅니다.

금리 인상을 연준이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만든 5가지 요인

전희경 :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해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박영철 :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양적 완화 정책의 적극 지지자들은 아직도 미국 경제 회복이 '허약’하니 금리 인상은 연준이 제시한 경제 여건이 확실히 정착된 후 그다음 해에나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워싱턴 경제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사무엘슨, 전 하버드대 교수인 로렌스 서머스, 시카고 연준 의장 찰스 에번스, 그리고 CNBC '매드 머니(Mad Money)' 쇼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 등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비추어 올해 9월 금리 인상은 무방할 것이라고 봅니다. 양적 완화 정책의 '꿀맛’에 젖은 이들도 올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 속도는 매우 점진적이어야 하고 그 폭도 매우 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금리를 올해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전희경 : 전문가들의 반응이 미지근한데도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몇 년간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을 쭉 지켜봤는데, 항상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심심하면 선포하고는 실행은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지난 6년간 3번에 걸쳐 양적 완화 정책을 거의 쉬지 않고 해왔고 나름대로 성과도 괜찮은데, 머지않은 장래에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왜 이 시점에 선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영철 : 왜 이 시점에, 다시 말하면 미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률을 기록하는 시점에 이 성장 모멘텀을 꺾을 것이 확실한 금리 인상을 하려 하는가? 훌륭한 지적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 시점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의 경제적 필요성과 심각성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극소수의 경제 전문가만이 이제는 지난 6년간의 제로 금리의 '젖줄’을 떼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게 만드는 경제적 요인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박영철 : 이 시점에 금리 인상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만드는 경제적 요인은 5가지입니다. 첫째, 잠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둘째,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호황이 실물 경제와 심각한 괴리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 양적 완화 정책이 소득 불평등 악화의 주범이며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사실입니다. 넷째, 과도한 위험 선호 투기를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신흥국으로 엄청난 양의 달러가 유입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이 극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희경 : 첫 번째 이유로 든 잠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란 무슨 뜻인가요?

박영철 : 잠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란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인플레이션 촉발에 대한 두려움을 말합니다. 최근 이 같은 불안감이 증폭한 것은 6년여 간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단기 금리가 0퍼센트에 머물고 10년물 국채의 수익률도 사상 최저치인 1.8∼2퍼센트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준은 이 같은 초저금리 상태에서 어떤 이유로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엄청난 경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연준을 비롯해 어느 누구에게도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촉발되는지를 설명할 경제적 이론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도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연준이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을 막연히 강조하는 것도, 초저금리의 '꿀맛’에 젖은 경제 행위자들이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희경 : 두 번째 이유로 월스트리트 호황과 실물 경제의 괴리를 제시했습니다. 그러한 괴리가 발생한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초저금리 정책의 부정적인 결과인가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지난 6년간의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역사적인 호황과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의 '건실하지 못한’ 상관관계가 발생했습니다. <그림 2>를 보시면, 2009년 이후 지금까지의 S&P500 지수 급등과 연준의 대차대조표 증가가 완전한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증권가의 호황이 오로지 양적 완화 정책의 결과물로서, 실물 경제와는 심각한 괴리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연준이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기업 이윤 창출 효과를 자극하고 투자를 촉진할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통화 팽창 정책의 한계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림 2> 미국 연준이 보유한 자산 규모와 S&P500. ⓒHaver Analytics, CIM


전희경 : 세 번째 이유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양적 완화가 소득 불평등 악화의 주범이란 사실이 확인되고 있나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거의 없습니다. 버클리대학 사에즈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2009∼2012년에 이룬 경제 성장의 과실 95퍼센트를 소득 상위 1퍼센트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준 의장 옐런도 '이제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 심각한 문제는 양적 완화 정책이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 <그림 3> 사에즈 교수는 2009∼2012년에 이룬 경제 성장의 과실 95퍼센트를 소득 상위 1퍼센트가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http://eml.berkeley.edu


전희경 :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네 번째 이유로 과도한 위험 선호 투자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박영철 :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비정상적으로 위험이 높은 투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도깨비 시장’이란 비난을 받는 외환 시장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미국의 1년 총생산액이 17.5조 달러인데 세계 외환 시장의 1일 거래액이 약 4조 달러입니다. 그중 70∼80퍼센트가 위험성이 매우 큰 환율 관련 파생 상품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상품은 실물 경제의 수출입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금리 인상만이 이 같은 투기를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전희경 : 양적 완화와 제로 금리 정책으로 인해 달러를 빌리는 비용이 싸므로 달러를 빌린 뒤 다른 통화를 사는 투자 양상이 나타납니다. 저금리 국가에서 고금리 국가로 국제 자본이 이동하는 캐리 트레이드로 엄청난 액수의 달러가 증권 시장으로 유입됐고, 금융 그룹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절반이 중국으로 유입됐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과 상관이 있겠네요.

박영철 : 신흥국 등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달러 총액은 약 9조 달러입니다. 2008년의 6조 달러에서 50퍼센트 증가한 금액입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의 종결과 금리 인상은 분명 이들 국가의 금융 시장, 특히 외환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불러올 것이 확실합니다. 특히 중국이 최근 미국 투기 자본이 세계 금융 시장을 지배하며 교란 요소로서 위험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사실상(de facto)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것은 언젠가 글로벌 금융 시장의 대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준이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이 같은 '불균형’의 국제 금융 상황을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 중장기적인 경제 패러다임 바꿔야

전희경 :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사정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습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박영철 :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연준이 현재 심각한 기로에 서 있지만,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연준이 언제라도 다시 양적 완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 9월 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내년에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다시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한 경제 부양 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나온 IMF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2015∼2020년까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국은 최악의 경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제 단기적인 경제 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 중장기적인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어나갈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선제적’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원광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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