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세월호'는 다시 일어난다

[함께 사는 길] 세월호 이후·③ 안전 사회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1년이다. 진실은 어두운 바닷속에 잠겨있고,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은 눈물 속에 지속되고 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정부의 시간 끌기 때문에 아직 시행령도 통과되지 못했고 조사위원들도 선출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히는 길은 참 멀고 험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진실을 가로막고 세월호 인양을 늦출 뿐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정책기조를 전혀 바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정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사고가 항상 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힐 때 사고로 이어진다. 세월호 역시 기업의 탐욕과 관리기관의 부패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고 해경이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음으로써 참사로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참사의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이 단지 '사고'일 뿐이라면서 '사고'에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이 정부는 그 사고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검찰은 선령이 지난 배를 불법 개조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선령이 지난 배를 들여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국회의원들은 그 누구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도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수직 증축을 허용하거나 차령을 완화하는 등 안전조치들을 해제하고 있다. 불법증축과 과적, 고박, 안전장비 등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는 그 임무를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에 위탁해버렸고, 그들은 서로 뇌물을 주고받으며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여전히 위탁해두고 있다. 오히려 선박회사의 영세성이 안전을 위협하므로 선박회사 대형화가 대안이라고 한다.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안전업무 담당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안전업무를 여객운송과 선박, 철도, 항공사업 중 기관장, 철도기관사와 관제사, 항공기 조종사 등으로 제한해버렸다. 공항의 소방이나 보안업무 담당자, 철도 승무원과 정비사 등 안전을 담당하는 이들을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외주화나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이 정부가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안전마저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드는 정부

그런데 안전에 대한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그렇게 느렸던 정부가 안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드는 데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투자 확대, 안전산업 육성을 통해 안전과 성장이 선순환하는 대한민국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후 여러 실무단위의 논의를 거쳐 올해 3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안전산업 활성화대책'이 발표되었다.

우선 정부는 안전이 아니라 안전산업에 투자를 한다. 공공기관에서 1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안전산업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안전산업의 해외진출도 지원하겠다고 한다. 또한 민간손해보험을 활성화하고 보험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책임지는 대신 개인들이 손해보험으로 해결하라는 셈이다. 게다가 법령에 안전기준이 난립하여 중복규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가안전기준의 일원화된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안전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 정책을 보면 정부는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시민들의 권리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가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도 아니다. '생명의 존엄과 안전'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일 뿐이다. 그러므로 "안전하기를 원한다면 돈을 내라"는 명령이 있을 뿐이다. 안전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안전은 돈을 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정책을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안전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다. 그러므로 기업과 정부는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돈이 있든 없든, 나이가 적든 많든, 모든 시민의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정책의 일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진짜 안전한 길은 알권리와 참여할 권리

우리는 4월 16일 이후의 세상은 다른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돈보다 생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자는 결심이기도 했다. 그 출발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특별위원회'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 요구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운동이 멈출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돈 때문에 위험을 양산하는 자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살인법'이다. 안전설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위험작업에 사람들을 내몰거나 사회적 위험을 양산하는 일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처벌이 필요한 때이다.

생명의 존엄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알권리'가 중요하다. 우리는 위험에 대해 알아야 한다. 기업이 어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대중교통의 안전관리가 허술하지 않은지,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 비정규직인 것은 아닌지, 기업들이 돈 때문에 안전설비를 안하는 것은 아닌지, 각종 인허가가 투명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노동자들도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서의 위험을 알 권리가 있고 이 위험에 대해 사회에 알릴 권리가 있다. 지금 '유해화학물질 알권리 법안'을 만드는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함께해야 알 권리가 생긴다.

▲ 정부는 총리가 약속한 인양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함께사는길(이성수)

또 시민들 스스로가 안전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민들을 안전의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들은 주변의 위험요소들을 변화시켜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자체별로 '시민안전위원회'를 구성하여 돈 때문에 위험을 방치하는 행위에 대해서 고치도록 요구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참여가 곧 안전이다.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시민으로서, 알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현안이 '수명을 다한 원전'에 대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원전에 걸려 있는 이해관계들 때문에 수명 다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멈추라는 시민들의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나서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수명 다한 원전을 폐쇄하는 싸움에 함께할 때, 우리가 '안전'의 대상이 아닌 주체임을 보여줄 수 있다.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지 않는 정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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