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박종철 수사, 외압 없어"…안상수는 왜?

野, 청문회 하루 앞두고 '보이콧' 강력 경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에 착수할 당시, "특별히 외압이 있다고 느낄만한 사정은 없었다"고 밝혀 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수사팀에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수사팀이었던 안상수 창원시장(당시 검사)은 자신의 책 <안검사의 일기>에서 외압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하루 앞둔 6일 국회에 보낸 서면답변을 통해 "수사에 착수할 당시 특별히 외압이 있다고 느낄만한 사정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어 "1987년 1월 1차 수사나 1987년 5월의 2차 수사에서 관계기관대책회의에 의한 수사권 제한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4년 11월 18일자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검찰 수사 주역들(촬영일은 1987년 3월 1일)' 사진.ⓒ<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그러나 박 후보자의 이같은 입장은, 안 시장이 지난 1995년 자서전 <안검사의 일기>를 통해 밝혔던 당시의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

안 시장은 "1월 20일에 사건을 송치받아 1월 24일에 기소했으니 수사기간은 불과 4일뿐이었다"며 "관계기관대책회의는 검찰에 24일까지 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밝힐 것을 요구하였고 우리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23일까지 수사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안 시장은 "검찰수뇌부도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더 이상 완강히 주장할 수도 없었다", "불만스럽기는 했지만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었다"라고 언급하는 등 수사에 대한 지속적인 외압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시장은 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1987년 1월 20일 수사팀과 함께 직접 영등포 교도소로 출장수사를 간 데 대해 "원래 사건이 송치되면 피의자를 검찰청에 데리고 와서 조사한 뒤 구치소로 보내는 게 상례인데 상부의 지시에 의해 거꾸로 우리가 교도소로 찾아 가야 했다"는 증언도 했다.

또한 안 시장은 "현장검증을 피의자 없이 실황조사만 하라는 것에 대해 항의를 하였지만,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었고 검찰수뇌부도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당시 현장검증 대신 (피의자 없이) 실황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실시했고, 경찰에서 이미 한 차례 실황조사가 이루어졌고, 피의자 자백이 동일하기에 반드시 현장검증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안 시장은 "(실황조사만 하라는 윗선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박 후보자는 실황조사 외의 부분에 대해 "필요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박 후보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상관은 필요성을 느꼈는데, 본인은 필요치 않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박완주 의원은 "박상옥 후보자는 1987년 1월 1차 수사 때 수사팀에 합류하여 팀원들과 함께 수사를 하는데도 후보자만이 관계기관대책회의의 통보나 외압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는 답변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1987년 1월 20일 첫 수사부터 이례적인 출장수사를 한 점, 피의자 없이 현장검증을 한 점, 지나치게 짧게 수사기간을 잡은 점, 1987년 1월 24일 검찰의 수사발표에서 모든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점 등 수사과정에서 외압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박상옥 후보자의 주장은 안상수 시장의 말과 확연히 엇갈리기에 이번 청문회를 통해 그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野, 청문회 하루 앞두고 '보이콧' 강력 경고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 후보자 측이 자료 제출 의무에 불성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옥 대법관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야당 소속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은 정상적 청문회 진행을 위해 수사 및 공판기록 일체를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법무부는 후보자가 관여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에 관한 수사 및 공판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청문회를 하루 앞둔 오늘에서야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은 6천여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청문위원들이 하루 전에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이 많은 자료를 열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후보자의 은폐, 부실수사 의혹을 규명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로 인해 청문회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국회의 정당한 자료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법무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며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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