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자본'이 중요한 사회, 왜?

[김윤태 칼럼] 성형수술 권하는 한국, 불평등이 문제다

왜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하는가? 국제미용성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수와 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많은 사람은 성형수술이야말로 개인적 문제이고, 사람들 스스로 선택하는 결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로 취업, 승진, 연애의 성공 등을 꼽는다. 어떤 학자들은 잘 생긴 사람들이 월급이 높다고 지적하지만, 외모와 수입의 관계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왜 성형하는가?

미국 작가 아리엔 코헨(Arianne Cohen)은 회사에서 월급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에 대해 외모가 연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출간했다(Arianne Cohen. 2009. The Tall Book: A Celebration of Life from on High, Bloomsbury USA). 이 연구에서 그 상관관계를 보면 월급이 높은 사람의 상당수는 키가 큰 사람들이었다. 그러면 키가 크기 때문에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두 변수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co-relation'가 높게 나타나지만, 그 자체가 '인과관계causal relation'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키가 크면 훨씬 더 자신감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거나 자신을 표현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더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외모가 출중하면 월급도 높고 승진도 빠를까? 영국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은 미모, 성적 매력, 의상 감각, 활기, 몸매로 이루어진 '에로틱 자본erotic capital'이 직장 여성의 승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캐서린 하킴. 2013. <매력 자본>, 이현주 옮김, 민음사). 반면에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브래들리 러플Bradley Ruffle 박사는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 때문에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한다(Bradley Ruffle. 2010. "Are Good-Looking People More Employable?", Ben-Gurion University of the Negev (BGU) Working Paper). 아마도 이스라엘 기업의 인사 담당 직원이 대부분 여성이고, 그래서 '질투' 때문에 그렇다는 추정도 있다.


다른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여성을 신입 직원으로 뽑을 때는 외모가 상당히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고위직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외모가 뛰어나면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이유는 외모가 뛰어난 여성이 임원이나 고위층 직급에 도전할 경우 능력보다는 외모 때문에 덕을 보았을 것이라는 편견이나 부정적 선입견이 승진을 가로 막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모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구별짓기와 몸의 사회적 의미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말한 '구별 짓기distinction'는 우리의 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의 선호와 취향을 표현하는 행위의 체계로서 '아비투스habitus'는 우리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선택된 행동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사회 내 행위 체계, 즉 아비투스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 사회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성형수술을 결심하는 동기를 보면 취직, 권력, 사랑 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순수한 의미의 자유의지로 성형수술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아마도 개인들이 철저히 고립된 무인도에 살고 있다면 과연 '자기만족'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까? 사실 외모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라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정체성의 표현이다. 이런 점에서 성형수술은 단지 몸에 대한 개인의 관심을 표현하는 사회적 이미지, 담론, 상징의 놀이로만 보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이 자유의지에 따라 성형수술을 선택한다고 믿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선택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한국, 중국에서 성형수술을 하는 인구 비율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왜 어떤 사회에서는 성형수술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회에서는 성형수술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인가?

외모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상당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을 선택할 때 용모를 중요시하는 비율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을 선택할 때는 경제적 능력을 보다 중요시한다. 성형수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성과 없는 남성의 경제 수준의 차이가 클 때 성형수술을 하는 동기부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상위 10%와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하위 90% 남자들의 임금격차가 100 대 80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100 대 50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회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연하게도 남자들 사이에서는 상위 10%의 고소득 직업을 갖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동시에 상위 10%의 속하는 남자들을 선택하려는 여자들의 '외모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남녀의 임금격차가 큰 경우는 외모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노동시장에서 임금격차의 지나친 확대는 많은 사람을 '과잉 경쟁'으로 내몬다. 사교육 과잉, 스펙 쌓기 경쟁과 함께 화장과 성형수술에 대한 몰두가 발생한다. 결국 외모 경쟁은 사회적 결과이다. 물론 사교육, 외모, 교육 경쟁은 일종의 '지위 경쟁'으로 다른 사회문화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위계 구조와 경쟁의 논리가 개인의 선호와 행동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불평등과 남녀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성형수술이 많은 이유이다. 결국 지나친 불평등이 문제이다.

이 글의 주요 내용은 김윤태의 <사회적 인간의 몰락>(이학사, 2015)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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