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사드 등 현안에 "'아이쿠 큰일났네' 할 필요 없다"

'배지 특보' 논란 여전한데, 朴 대통령은 '번개 오찬'

현역 국회의원의 대통령 특별보좌관(특보) 겸직 논란이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국회의원 특보 3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번개 오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윤상현, 주호영, 김재원 의원 등 현역 의원 특보 및 특보단, 그리고 청와대 참모진이 함께 한 이 자리에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언론이나 이런 데서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고 '아이쿠 큰일났네' 하는데 너무 그럴 필요 없다"며 "우리는 의연하게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적 자긍심과 자신감, 긍정적 사고와 도전정신을 갖고 갔으면 좋겠다"며 "신뢰가 중요한 만큼 우리 시대의 외교도 경제도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특보 인정하라' 압박?

현역 의원 특보들이 참여한 특보단 공식 모임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24일, 특보단은 박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와 별도로 회의를 열었다. 당시 배석자 등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도 "잘 모른다"고 했을 정도로 이 특보단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통상 대통령 특보는 수석비서관 회의 등 공식 참모 회의에 함께 참석한다. 현역 의원이 특보단에 합류하기 전에는 '비 의원 특보'들 역시 청와대 참모 회의에 참석했었다. 이때문에 지난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 특보단이 갑자기 빠진 것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었다. 직접 특보단을 꾸린 청와대 역시, 현역 의원 특보의 공식 회의 참석을 어색하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역 의원이 참여한 첫 특보단 회의가 있던 24일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견지역언론인 모임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의 보좌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에 어폐가 있지 않은가"라고 언급한 날이다. 정 의장의 말 속에서 불편한 심기가 감지된다.

하루 전날인 23일, 정 의장은 현역 의원 3명의 정무특보 겸직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했었다.

겸직과 관련된 국회의 판단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박 대통령은 이날 특보단을 불러 대대적인 '번개 오찬'을 진행한 셈이다. 국회에 '겸직 허가'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으로 느껴질만 하다. 연일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정 의장과 청와대의 관계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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