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저울질' 끝 관악을 출마 결심 이유는…

"4.29 빈손 되면 대안야당 건설 불가능…국민모임 도구 되겠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29 재보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 전 장관이 출마할 서울 관악을 지역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로써 관악을엔 정 전 장관과 함께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정의당의 이동영 후보, 노동당의 나경채 후보, 구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후보, 새누리당의 오신환 후보 등 6명이 경주하게 됐다.

이 가운데 국민모임과 정의당, 노동당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세 그룹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야권 후보는 현재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동영 "폐공장 앉아 정치는 무엇인가 생각"

정 전 장관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소에서 출마를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 그는 전날 국민모임이 서울 문래동의 한 폐공장에서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 것을 언급하며 "그 폐공장에 앉아 때 묻은 천정과 낡은 시멘트 담벼락을 쳐다보며 이 공단을 거쳐갔을 수많은 청춘을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노동했을 그들의 자제는 어떤 교육의 기회를 가졌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정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가슴이 저렸다"면서 국민모임을 반드시 제1 야당을 대체하는 대안 야당으로 키워야겠구나 생각했다. 저는 이 일을 위해 제 몸을 던지겠다"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은 또 "국민모임과 정동영이 승리하면 여당도 야당도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라면서 "관악 구민이 기성 정당에 한 석을 보태는, 158석(현재 새누리당 의석 수)을 159석으로 만들거나 130석(새정치연합 현재 의석 수)을 131석으로 만드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긴 시간 '저울질' 끝에 출마…"한 달 뒤 빈손이면 안 돼"

정 전 장관은 꽤 긴 시간 출마를 저울질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도 "많은 번민이 있었다"면서 "스스로 무엇이 되기보다 밀알이 되겠다고 한 제 약속의 무거움을 알았기에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앞서 국민모임 측의 거듭된 공개·비공개 출마 요구에도 '직접 출마하기보다 야권 재편을 위한 밀알이 되는 데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는 그럼에도 출마로 방향을 굳히게 된 이유로 "관악을 선거는 중대 선거다.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 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 간의 한판 대국에 저를 도구로 내놓겠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솔직한 심경은 출마 선언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선택을 바꾸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저는 국민모임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인재 영입에 실패했다"면서 "광주, 관악, 성남, 인천에도 후보를 내지 못했다. 한 달 뒤 재보선 결과가 빈손이라면 대안 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런 판단이 저를 (선거판에 몸을) 던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을 향한 공격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등장했지만, 정당의 존속 여부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선거를 앞두고는 변변한 제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비판엔 능숙하지만 내보일 자기 역량 또한 빈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불출마'를 거듭 강조해왔던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는,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를 뚫고 '급부상'한 국민모임의 사실상 '첫 실패'를 뜻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관악에서의 정 전 장관이나 광주에서의 천정배 전 장관이란 두 대표 선수가 국민모임이 그간 외쳐 온 '새로운 진보적 대안정당' 브랜드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카드'로서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과 함께하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이 30일 오전 4.29 재보선 관악을 출마를 선언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야권 후보만 현재 5명…국민모임·정의당·노동당 '단일화' 변수

정 전 장관의 출마로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야권 내 우려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정 전 장관은 "제1 야당의 목표는 정부가 되는 것인데, 지금 제1 야당이 정부가 되면 세상이 뭐가 달라지나.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국민모임을 대안 야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과 정의당의 이동영 후보, 노동당의 나경채 후보는 일단 앞서 선언했던 대로 관악을 선거의 '공동대응' 책을 모색한다. 천호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는 공동대응 수준이 높아지면 나오는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당 나경채 대표는 정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이날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나 대표는 이날 오전 열렸던 11차 대표단회의에서 "11시에 정 전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진보진영의 연대를 위해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한 바 있다"면서 "현명한 판단과 내용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노동당은 일단 나 후보의 '완주'를 목표로 선거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소정당들이 정 전 장관을 앞세워 단일화할 경우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측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다. 이와 관련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관악 현장최고위원회 후 기자들을 만나 정 전 의원의 출마 선언에 대해 "그것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따로 독자적으로 출마한 이상 후보 단일화를 놓고 논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우리 당의 깃발을 들고 불리함을 무릅쓰고 극복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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