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부양책, 선거에서만 재미"

'유능한 경제정당' 어필…"朴정부 무능" 공격 지속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가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제'와 '안보' 의제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방식도 도덕성·진정성 대신 역량·성과를 주된 근거로 삼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문 대표는 23일에도 경제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찬을 겸해 '경제정당의 길-경제 석학과의 대화'라는 행사를 열고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조윤제 서강대 교수, 최정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공동대표 등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흡사 '과외수업' 컨셉트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총재는 문 대표에게 "정부의 실정에 대해 야당으로서 신랄하게 비판은 하되 늘 대안을 함께 갖고 비판을 해 주면 좋겠다"며 "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 전 총재는 '옳은 일'의 사례로 공무원연금 개편 작업을 들며 "인기가 없는 일인데도 현 정부가 개혁하겠다고 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개편은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현안이다. 박 전 총재는 그러나 "야당이 개혁에 소극적인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적극적 자세로 해결해 달라"며 "교원연금과 군인연금 개혁도 추진해 달라"고 고언을 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고 "국민은 먹고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우리 경제가 언제 좋아질 수 있을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박근혜 정부가 가야 할 길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일반론으로 답했다. 문 대표는 이어 "청와대 회동 때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을 같이 했는데, 그 다음날 청와대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반박 자료를 한 뭉큼 배포해 놀랐다"고 언급했다.

앞서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데 이어 1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또 내놨다"며 "경제가 워낙 어렵고 선거가 닥쳐왔으니 이해가 간다. 비록 선거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짐짓 대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기부양책으로는 '반짝 효과'는 몰라도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정부는 7월 이후 경기 부양책만 5차례, 최소 60조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선거에서만 재미를 봤을 뿐 민생·경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당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경제정책을 보면 이미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낡은 지도에 나온 길로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달라진 문재인, 남은 숙제는?

문 대표의 최근 행보와 발언을 지난해 상반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는 한결같지만 비판의 초점이 '도덕성'에서 '능력'으로 이동했다는 인상을 준다. 문 대표는 지난해 5월 국회의원 자격으로 낸 특별성명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약속을 안 지킨다'는 것.

또 세월호 참사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정부기관 대선개입 문제 등을 놓고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을 때 역시 핵심 메시지는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 '정부는 대선개입 문제를 성의있게 풀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이 없다'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두 국민 정치'"라는 메시지(☞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분열통치'와 행복의 하향평준화)도 이와 같은 선상이었다.

반면 이날 문 대표는 "정부가 돈을 아무리 풀어도 그 돈이 국민의 지갑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대기업의 금고 속으로만 들어간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거나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등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가 주된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한편 문 대표는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구호와 함께 안보 이슈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는 이른바 민주·개혁진영과 진보진영이 보수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인해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는 영역이었다. 문 대표는 최근 경제 전문가를 당 연구원 등에 적극 수혈하라는 지시를 한 바도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표현물에 지나지 않는 삐라에 대해 북한이 화력으로 타격하겠다는 것은 도를 넘는 일이고, 접경지 주민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고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무모한 대응"이라며 "북한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전날 북한 조선인민군이 발표한 '공개 통고'를 비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몇 안 되는 사람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지 못해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접경지 주민의 안전과 생업을 해치고 남북관계를 긴장 속에 몰아넣는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라며 "나라의 안녕·질서 유지와 안보의 양면에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북전단 문제를 놓고 벌이던 '남북관계 개선이냐, 표현의 자유냐' 논쟁 구도에서 벗어나 '소수 우익단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분란을 일으키는 무능한 정부'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온 셈이다. 문 대표는 이어 정부에 대해 "일이 커지게 해서 선거에 이용할 그런 나쁜 속셈이 아니라면,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의혹 공세를 펴기까지 했다.

단 '유능한 경제정당'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얼마나 구체적 정책들로 뒷받침될 수 있는냐 하는 문제와 함께,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면서 전통적인 야권·진보진영 지지층에서 이같은 '변신'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문 대표가 앞으로 남겨둔 과제로 꼽힌다. 특히 4.29 재보선을 전후해 문 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중원 싸움' 뿐 아니라,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도전으로 상징되는 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신당) 등과의 야권 내 경쟁 역시 치러내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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